최근에는 내가 남동생의 장난질에 한 방 먹었는데 눈 번쩍 뜨고 ‘캐럿 피싱’을 당하고야 말았다. 미니멀 라이프에 눈을 뜬 나는 생애 첫 중고 거래를 개시하게 되었다. 묵혀 놓았던 물건들을 팔기 위해 부지런히 사진도 찍고 제품 설명도 올렸는데 은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신경도 쓰였다. 어떤 물건은 올리자마자 채팅이 오고 거래까지 신속하게 이루어졌지만 나머지 몇몇 중고 물품은 찾는 이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캐럿 유저 한 명이 내가 올려놓은 모든 물건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면서 문고리 거래를 하는 김에 한 번에 다 구매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야호.
최대한 빠른 답변을 보내며 이미 거래가 성사된 것처럼 들떴다. 그런데 상대방은 이모저모 따지는 것이 많았고 자꾸 “디카 되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디카? 처음 듣는 단어였으나 문맥상 깎아달라는 소리임이 틀림없었다. 어떻게든 영업을 성공시켜 보고자 회유를 하다가 결국 짜증이 나서 상대방에게 독백하듯 툭 반말을 던졌다. “무료로 달라는 건가?”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싶어 유저의 정보를 눌러보니 어라. 같은 동네에 사는 익숙한 사기꾼의 냄새. 나는 바로 남동생에 전화를 걸어서 “재미있냐?” 하고 따졌다. 그런데 녀석이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결국 한 번 더 속고야 말았다. 어쨌거나 캐럿 피싱의 범인은 동생 놈이 맞았다.
그리고 또 얼마 후에 캐럿 마켓에 전자 제품 하나를 올렸는데 새로운 아이디의 유저에게 “제가 사겠읍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웬 ‘읍니다’ 체? 뭔가 또 장난질 같은 느낌이 왔다. 이번에는 속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대화를 이어가는데 그분이 다음날 오후 여섯 시에 방문을 하겠단다. 예약을 걸어두고 남동생에게 몇 번이나 "너 아니지? 진짜 장난하지 마라." 신신당부를 했다.
그런데 그 남자분이 거래 시간이 다 되도록 장소에 대해 묻지 않는 거다. 답답해서 채팅창에 아파트 주소를 보냈더니 그가 “네. 알고 있읍니다. 현관 앞으로 가겠읍니다.”라는 이상한 답변을 했다.
엥? 우리 집 주소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나 또 속은 거였네? 성미가 급한 나는 화가 몹시 나서 가족 채팅방에서 남동생을 저격했다. 그러자 남동생도 짜증을 내며 본인이 아닌데 왜 자꾸 그러냐고 따졌다.
속는 셈 치고 약속 시간에 맞춰 현관으로 나갔더니 세상에 이 거래는 찐이었다. 나를 기다리고 계시던 중년의 남성 분께 다가가 얼른 제품을 전달해 드리고 후다닥 집으로 왔다.
이게 무슨 상황인고 차분히 생각해 보니 아저씨께서는 “(너희 아파트에 가는 방법을) 알고 있읍니다”라는 문장을 내게 보내신 것이고, 나는 이 문장을 멋대로 이렇게 해석을 한 것이었다. “(나는 네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읍니다”
자주 주어가 생략되는 우리말이 얼마나 어렵고 중의적인지 새삼 깨닫는 사건이었다. 글이 읽히는 대로 해석하고 오해하지 않아야겠다.
또한 남동생에게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리 친하고 이물 없는 관계일지라도 상대를 쉽게 의심하고 저격하면 안 되는 건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경각심을 가지고 예의를 차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젠 함부로 따지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는데 이쯤에서 속고 속이는 전쟁은 휴전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