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니 안 보이게 웃기 챌린지

이모는 왜 금니가 있어요? x 100

by 미세스쏭작가

치과는 언제나 무섭다. 생에 첫 신경 치료의 과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발생해서 십 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드디어 신경 치료의 마지막 관문. 위쪽에 잘 안 보이는 어금니를 금니로 씌울 것인지 하얀 지르코니아로 씌울 것인지 선택하기.

“선생님. 금니를 생각하긴 했는데 막상 정하려고 하니까 너무 어려워요. 선생님이라면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 치과 조무사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더니 곧장 시원한 답변을 주셨다. “저라면 지르코니아요. 안쪽 어금니이지만 웃을 때 미용상의 이유로 신경이 쓰이실 수도 있어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만 더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거울 앞에 서서 씩 웃어도 보고 “이~”하고 치아를 드러내 보기도 했다. 그런데 꼭꼭 숨은 어금니라서 거의 눈에 띄지도 않았다. 다양한 사례와 조언들을 비교한 나머지 결국 금니로 의견을 정했다.


드디어 금니를 씌우고 나서 스트레스도 풀 겸 귀여운 조카를 만나러 갔다. 나를 만나자마자 뜬금없이 “이모는 메뚜기가 좋아요? 사마귀가 좋아요?”라고 묻는 귀염둥이 녀석. 이건 내 조카의 신기하고 독창적인 인사 방식이다. “이모는 사마귀도 싫고 메뚜기도 싫은데?”라고 답하자 찌릿하게 노려보는 여동생.

“이... 이모는 메뚜기가 좋아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모. 메뚜기는 다리를 요렇게 하고 팔딱팔딱 뛰지요?” 어설프게 곤충 흉내를 내는 깜찍한 조카.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심쿵! “하하하하. 아이고. 귀여워.”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조카를 끌어안았다. 그런데 갑자기 눈을 세상 동그랗게 뜨고 검지로 오른쪽 위를 정확하게 짚으며 담이가 이렇게 물었다.


“이모. 금니 있어요?”


망했군. 입을 꼭 다문 내 표정을 보며 킥킥거리는 여동생. 나의 금니를 보고 신이 나버린 조카는 계속해서 이런 질문을 쏟아냈다. “금니는 어떻게 하면 생기는 거예요? 치카치카를 잘 안 하면 이가 썩어서 금니가 생겨요? 젤리를 먹고 이를 안 닦으면 세균이 공격을 해서 치과에 가야 하는 거죠? 이모 금니 또 있어요?” 조카는 만날 때마다 심지어 영상 통화를 걸어서까지 내게 금니를 보여달라고 했다. 여동생에게 조용히 따졌다. “얘가 왜 자꾸 금니를 가지고 나를 괴롭히는 거야?” 알고 보니 조카는 이모의 금니가 너무 멋지고 부럽다고 했단다. 세상에. 이 몹쓸 것마저 예쁜 눈으로 봐주는 나의 조카를 어찌 사랑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어떻게 하면 금니가 안 보이게 웃을 수 있는지 거울을 끼고 연습해 보았다. 그러나 네 살짜리 조카만 만나면 무장해제 빙구 웃음이 폭발. 며칠 전에 동네의 단골 식당에 갔는데 귀여운 조카를 구경하시기 위해 사장님 내외께서 우리 테이블로 오셨다. 밥그릇을 싹싹 긁으며 맛있게 먹는 조카의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해맑게 웃고 있는데 조카의 눈이 희번덕.


아뿔싸. 내가 또 금니를 드러내며 빙구 이모 미소를 짓고 있었군. 밥그릇을 내려놓더니 또 또 하는 말. “이모. 금니 있어요?” 갑작스러운 공격에 이모는 금니가 없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그런데 그 사람 많은 곳에서 크고 맑은 목소리로 “하리보 젤리를 먹고 이를 잘 안 닦으면 금니가 생기지요?” 이모는 하리보 젤리 안 먹었는데 흑흑. 그녀를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로 무장해제 웃음을 선보이고 만날 때마다 금니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

조카가 금니 이야기를 하면 우리 집 식구들은 자신들의 금니를 숨기려고 슬그머니 입꼬리를 내린다. 이상하다. 치과는 여동생이 더 많이 다녔는데. 어느 날 문득 궁금해진 나는 “담아. 너희 엄마는 금니가 없어? 이모보다 훨씬 많을 텐데.”라고 조카를 추궁했다. 그런데 본인의 엄마는 치카를 잘해서 금니가 없단다. 그럴 리가. 여동생에게 가서 “아~ 해 봐. 넌 진짜 금니가 없냐?” 하고 따졌는데 여동생이 온통 하얀 이를 증명하며 보여 주었다. ‘진짜로 없네.’ 꼬리를 내리려는 찰나 제부가 조용히 와서 하는 말.

“전부 지르코니아로 했으니까요. 금니로 씌웠으면 반짝반짝 스웨그가 넘쳤을 텐데.” 아하하하. 나는 또 한 번 금니를 자랑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모의 금니 이야기를 하는 조카 때문에 민망할 때도 있지만 아이로 인해 짓는 무장해제 웃음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 나의 금니마저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조카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조카 덕분에 깨달은 교훈. 보이지 않는 치아는 어디에도 없다. 재채기만큼이나 웃음 또한 숨길 수 없으니 그냥 시원하게 웃으며 살아야지. 그래도 혹시라도 다시 신경 치료를 할 일이 생기거든 그땐 꼭 지르코니아를 선택하리라.

오늘의 속담: 웃는 얼굴에 금니 지적한다. (다른 이에게 무안을 준다는 뜻) -미세스쏭작가- / 사진 출처_안녕자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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