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온라인 쇼핑의 부작용
깜깜한 침실. 남편이 먼저 단잠에 빠지면 나의 몹쓸 취미인 온라인 쇼핑이 시작됐다. 핸드폰 화면 밝기를 가장 어두운 상태로 설정한 후 여기저기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소중한 눈을 혹사하는 저녁 시간. 폰이 뜨겁게 달궈지고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구매 행진을 이어가다 지쳐서 잠이 들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대체 이걸 왜 샀지?’ 도통 이해불가인 구매내역을 확인하고서 결제를 급히 취소했던 경우도 일상다반사.
어느 날 저녁 청바지가 필요하다는 남편을 위해 비몽사몽 온라인 결제를 하고 잠들었다. 깜짝 선물을 준비한 나는 택배가 배송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본래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설레는 법. 남편에게 칭찬받을 생각에 입꼬리가 쌜룩거렸다. 드디어 집에 도착한 그의 청바지. 남편이 퇴근 후 현관문을 열자 쪼르르 달려가 깜짝 선물을 내밀었다.
“짜잔. 여보. 내가 선물로 청바지 샀다?” 도통 옷에 관심이 없는 그는 “어이쿠. 내가 매장에 가서 샀어도 됐는데. 고마워.” 인공지능이 대답하듯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얼른 옷방에 가서 입고 와 봐."
두둥. 남편이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그의 새 청바지를 확인한 순간 우리 부부 모두 얼굴이 초록빛이 되었다. 청바지의 색깔 역시 초록색이었다. 청바지 하나가 사람의 이미지를 이렇게나 망쳐놓는군. 대체 이걸 누가 소화할 수 있단 말인가. 소화할 수 있는 사람 나와 봐. 청바지 공짜로 준다!
“흐음. 스읍.”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몹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속마음이 전해졌다. “여보. 난 이런 걸 시킨 적이 없거든. 판매자 분이 실수했나 봐. 교환 요청할게.” 남편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답했다. “어쩐지 색이 좀 이상하다 했다.” 좀이 아니라 많이 이상해.
교환을 진행하기 위해 급히 구매 내역을 확인했는데 어마마? 내가 내 손으로 직접 구매한 녹색 청바지였다. 하고 많은 청바지 중에서 하필 녹색이라니. 이런 색깔의 청바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생경했다. 폰 화면을 가장 어두운 상태로 맞춰놓고 쇼핑했더니 색감이 제대로 와닿지 않았던 거다. “아오. 내가 실수로 옵션을 잘못 선택했네?” 사 준 사람의 성의가 있으니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만 입겠다는 남편. 나는 당장 바지를 벗으라며 남편을 제지했다. “진짜 안 돼. 그거 입으면 내가 같이 못 다닐 것 같아.”
모두가 잠든 적막한 저녁에 나는 왜 그리도 쇼핑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하루의 끝을 세상에 널리고 널린 아이템을 획득하여 채워보려 했나. 그럴수록 피로는 쌓이고 내 지갑만 텅텅 거릴 뿐인데 말이다. 새벽까지 쇼핑하다가 다음 날 아침 무거운 몸으로 출근 버스에 올라 간밤에 무얼 샀는지 확인하는 노동의 반복. 패션을 향한 나의 열정과 물욕은 식지 않는 용광로였다. 녹색 청바지 사건 이후에는 심지어 화면 밝기를 수시로 바꿔 가면서까지 온라인 쇼핑을 즐겼다. 그랬던 내가 현재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도 모두 다 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구매와 카드값이 줄어든 반면 내 시간은 대폭 늘어났다. 쇼핑 대신 창작 활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한다. 졸음이 몰려올 때까지 열심히 글을 쓰고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하루를 열심히 보낸 나를 침대가 전보다 훨씬 포근하고 아늑한 품으로 맞아준다. 쇼핑에 양보할 에너지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생태가 되어 몸이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 때면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잠이 오지 않아 손이 근질근질 온라인 쇼핑이 당길 때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 발을 담근듯한 청바지를 떠올린다. 초록색 청바지를 입은 남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한국 사람 같지 않아 보였음이다. 스읍.
미니멀 라이프 야매 TIP
오프라인 매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직접 구매함으로써 맞은 변화.
1. 집돌이 남편을 바깥세상으로 꺼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돈 쓰는 느낌이 피부에 와닿아 쇼핑의 맛이 떨어집니다.
3. 카드 값이 확연하게 줄었습니다.
4. 온라인 쇼핑 중독에서 벗어나고 나 자신과 더욱 친하게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