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물건이 더 맵다

잡동사니 왜 자꾸 사니?

by 미세스쏭작가

초등 시절부터 용돈만 생기면 문구점에 달려가 노트, 지우개, 열쇠고리, 장난감을 구경하곤 했다. 문구점에 들렀다 하면 빈 손으로 나온 적이 없을 만큼 문구류를 좋아했다. 지우개, 학종이, 엽서, 공깃돌, 다이어리 등 각종 수집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쳤을 정도다.

지금은 품귀현상으로 몸값이 제대로 오른 녀석들은 발이 여러 개 달렸었나 보다. 천 개가량 모았던 공깃돌과 희귀한 지우개와 다이어리 모든 문구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속지를 끼워서 사용했던 웨딩피치 다이어리가 그리워서 파는 곳을 찾아봤더니 호가가 자그마치 30만 원 이상이었다. 캐릭터를 좋아하고 굿즈를 사모하는 키덜트인지라 우리 집에는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인형 뽑기가 유행할 때 지폐를 헌납하고 손에 넣었던 수많은 인형들과 피겨는 책꽂이, 협탁, 수납장 등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 후 크고 비싼 물건을 집에 들이는 걸 꺼리다 보니 엉뚱한 보상 심리가 발동했다. '작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은 괜찮아.' 하며 하나둘씩 구매한 문구류는 애장품과 애물단지의 사이를 오가며 주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피겨, 도서, 장식품 등에 쌓인 먼지를 닦는 일은 매우 번거롭고 때론 숙련된 손놀림까지 요구한다. 복잡하게 생긴 장식품 사이사이에 낀 먼지는 한 번 쓱 닦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에 쓰담쓰담을 미루면서 마음이 편치 않을 때도 많다. 그렇기에 오랜 문구 사랑과 귀여운 것들을 집에 모셔오는 열성 또한 내려놓기로 했다.


일본 여행 중 문구제품에 마음을 홀딱 빼앗긴 나는 "이제 그만 가자"라는 남편의 요청을 수없이 외면한 채로 쇼핑몰 전 층을 누비고 다녔다. 여러 물건들의 가격을 비교해 보니 한국에선 배송비만 만 원이 넘는 제품들이 많았고 인터넷보다 훨씬 저렴했다. "여보. 이거 엄청 싸다." 입맛을 다시는 내게 "사. 얼른 사." 하며 쇼핑몰 탈출을 재촉하는 남편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다듬고 만져도 보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지만 오밀조밀 귀여운 장식품들을 감당할 자신은 없었다. 결국 눈에만 담고 정 아쉬운 제품들은 사진을 찍은 후 어렵게 보내줬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니 후회랄 것도 없이 그때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만 든다. 하마터면 또 문구의 집사 신세로 전락할 뻔했다.


넘치는 에코백 사랑도 이제는 있는 가방을 활용하는 데서 그치려 한다. 환경을 위한답시고 에코백을 열심히 사용 중인 나는 예쁜 디자인, 다양한 크기의 에코백만 보면 지갑이 스르르 열렸다. 지금 있는 가방들도 충분히 튼튼하고 수납력이 좋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에코백 구매는 미니멀라이프에 걸맞지 않다. 매장에서 "봉투에 담아 드릴까요?"하고 묻는 직원분께 "아뇨. 괜찮아요."라고 답할 수 있게 해주는 나의 각양각색 에코백들. 어느 날 저녁, 남편이 복화술 하듯 내게 말했다. "자꾸 에코백을 살 바에 차라리 돈을 모아서 명품백을 하나 사버려." 그의 돌려 까기 실력에 감탄하며 슬그머니 에코백 구매를 끊었다.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하고, 아기자기 귀여운 맛이 있는 녀석들일수록 조심해야겠다. 긴장을 늦췄다간 미니멀라이프는커녕 정리만 하다가 늙는 수가 있다. 동네 다이소에만 가도 마음을 움직이는 사랑스러운 제품들이 너무나 많다. 내 책상이 비좁은 원인은 큼지막한 모니터와 키보드 때문인 줄 알았다. 찬찬히 둘러보니 그게 다 몸집이 아주 작은 잡동사니 녀석들 때문이었다. 역시 작은놈이 더 맵다. 자꾸만 내려놓고 이별하게 만드는 미니멀라이프. 참 어렵고 또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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