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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도전 일기

기본에 충실 하자

by 제일리스 지은


판본체란: 한글 글꼴의 종류이다. 판본체는 한자의 전서나 예서의 획을 본받아 썼는데, 글씨의 특징을 살펴보면 획의 굵기가 일정하고 사각형에 가까운 틀을 가지고 있으며, 문자의 중심을 가운데에 두고 좌우가 비슷한 시각적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이 특징을 가진 판본체(우리나라 고유의 글씨의 기초)를 배우는 두 번째 시간이었다. 그 글씨를 화선지에 모음자음 써보니 나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한글을 창조하신 세종대왕 (조선시대)로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붓을 잡으면서 한글이 이렇게 멋스러운 매력이 있다니 새삼 대한민국의 글자 한글의 위대함을 느껴본다.


생각해 보니 그나마 과목 중 한문을 좋아했고 잘했던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문, 한글 공부 더 열심히 할걸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미래의 길을 사람이 예측할 수 없으니


"내가 붓을 잡는 예술에 빠지게 될 줄이야..


사람일은 참 모를 일이다. 어릴 적 어렴풋 기억나는 장면들이 있다면 외할머니댁이 기와집이었는데 증조할아버지께 절하러 방에 들어가면 벽에 한글과 한자로 써져 있는 가훈이 보이기도 했고 아버지가 제사를 지낼 때 먹을 갈며 화선지에 붓을 잡고 한자를 써 내려가는 모습을 종종 보았었다. 그래서 서예 하면 참 고리타분한 느낌 컸는데 그 느낌이 요즘 들어서는 다르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어릴 적 서예 하면 올드한 사고방식과 불편함으로 인식된 사고가 이제는 기본에 충실하고 흐트러지지 않아야 하며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발전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느끼는 요즘이다.


서예를 배우면서 1세대 서예가분들이 나와 같이 낯설고 올드하게 느껴지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에게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많은 노력 끝에 지금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예 공부를 하면서 고독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그 고독이 예전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많이 힘들지 않다. 오히려 이제는 그 고독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스승들은 어떤 마음이였을까? 알수 없지만 그분들이 홀로 견디어 온 세월들을 생각하면 묵묵히 길을 걸어오며 종합 예술로 발전시킨 그분들을 노고에 감사함을 표하는 마음으로 경건함을 갖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여 글자를 써 보았던 것 같다.


붓을 잡을 때 나도 모르게 빨리 쓰는 습관이 있었다. 서예를 배우면서 알게 된 것은 넓은 시야를 생각하고 글씨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글씨의 구도,위치, 자간, 종이의 크기, 등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유독 한쪽시야에 집중을 잘하는 내가 넓은 시야를 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정한 글씨와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 글씨 판본체를 눈으로 담아가며 열심히 썼는데 쓰면 쓸수록 보는 거와 다르게 어려웠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어렵다는 생각을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그 순간 노력과 연습이 많이 필요함을 깨달았던 것 같다.


잘 써지지 않는 글씨를 보면서 내가 재밌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순간순간 들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면 몸에 대한 부담도 들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버리자. 무념무상으로 글씨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바쁜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연습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지고 있었다. 나 또한 기본을 잘 익히고 배워 나가다 보면 지금보다는 좋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연습과 노력의 결과가 맺어 지기를 바라며 그 한주의 수업과 과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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