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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서 Mar 09. 2023

그게 사랑 아닌가.. 별 거 아닌 걸 함께 하는 거.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

안 해, 생각. 그런 지 오래됐어.  - 극 중 유연석(하상수 역)
극 중 정가람(정종현 역) 대사


 드라마는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 가치를 이해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표면 서사가 멜로라면, 심층 서사는 '자본과 계급'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주인공은 정가람(정종현 역, 경찰지망생, 최빈자), 문가영(안수영 역, 은행 텔러 서비스 직군, 빈자), 유연석(하상수 역, 은행 일반 직군, 보통), 금새록(박미경, 은행 일반 직군(상수보다 어리지만 높은 계급인 대리), 부자) 이렇게 총 4명의 계급 차이를 눈에 띄듯 안 띄듯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준다.


 보통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이나 영화 <기생충>처럼 굉장히 노골적이고 이분법적으로 부자와 빈자의 공간, 생활을 나눈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집이라는 공간에 부의 차이를 담아놨지만, 불쾌감이 들 정도로 수직적으로 나눠놓지는 않았다.

 조금 더 깊게 말하면, '같은 서울, 다른 서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종현(낡은 건물 옥탑방)과 안수영(오래된 아파트), 그리고 하상수(오피스텔)와 박미경(고급 아파트(?))의 집부터 이렇게 나눠진다. 이 4명의 집은 모두 한강이 보이는 서울이다. 심지어 '강 건너면 바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딱히 멀지도 않다. 하지만 이들의 보금자리인 집을 채우는 가구, 벽지, 분위기 등은 하나하나 보면 너무나도 다르다. 심지어 이들이 일하는 장소도 '자본 자체(돈)'를 다루는 은행이다.


 여기서 안수영과 하상수의 관계는 그냥 예뻐서, 잘생겨서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계급(부자와 빈자)의 양 끝을 담당한다. 안수영은 고졸에 오로지 노력과 실력, 실적만으로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은행 텔러이다. 하지만 서비스 직군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실적을 양보하고, 온갖 접대 자리에 불려 나가거나,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먼저 나서야 하는 위치이다.

 하상수는 박미경, 소경필과 함께 같은 대학교를 졸업했고, 연수원을 거쳐 일반 직군으로 온 계장 직급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안 계셔서, 어머니와 함께 서울의 낡디 낡은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상수 역시 부자 집안의 뒷바라지는 없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박미경과 비슷한 축,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금수저 집안의 박미경과는 비교되게, 차는 구형 SUV이고 오피스텔에서 산다. 상대적으로 높은 계급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는 맨 아래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안수영과 하상수는 계급으로만 본다면 가장 가까운 관계이다. 심지어 둘이 은행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똑 부러지고 모든 일을 잘하는 안수영과, 늘 덤벙거려서 모든 일에 서투른 하상수가 함께 할 일도 많았다. 계급 상으로도 가깝고, 정서적 교류의 기회도 많으니 사랑으로 이어지기에 가장 적합한 사이인 것이다.




 1화에서 상수가 주저하지 않았다면 곧바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의 만남을 주저하고,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결국엔 망설였다. 이를 본 수영은 상수의 생각까지는 알지 못했고, 마음을 돌리고 밀어냈다.


 드라마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과 결혼을 보여주었다. 상수의 동료인 '양 계장'는 어찌 보면 상수의 반면교사 같은 선례가 되었다. 양 계장의 서사를 보면, 몇 년간 좋아 죽을 정도로 연애하던 여자가 있었지만 그녀의 집안에 빚이 많아서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이유로 헤어졌다. 그리고 금감원장 딸과 선을 봐서 만나고, '역시 현실은 이런 거다, 결혼은 이런 거다' 라며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에 만나던 그녀와 다시 만나면서, 이혼과 정직이라는 파국을 맞았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은 사랑의 이상과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계급 차이든 뭐든 사랑만 있으면 이겨낼 수 있고 잘 살 수 있다는 식의 전개가 많다. 이는 드라마의 포스터에서부터 던지는 원초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각자 집안 배경과 상황도 마냥 다 받아줄 수는 없다. 상수와 미경이 연애한다고 공개했을 때는 모두의 축하를 받았지만, 수영과 종현의 연애는 아무에게도 밝히지 못했다.


 이렇게 지독하고 추악하고 역겨운 '사랑의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드라마는 하상수를 통해 그러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정규직 전환 탈락이든 경찰공무원 탈락이든 무언가의 이유로 인생의 바닥을 기고 있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안 좋게 보고, 부정적인 말을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결국 그런 건 다 아무것도 아니었고 나아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좋게 보고 응원하는 사람도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에 이 드라마는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치졸해지지도 주저하지도 말고,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며 마음껏 사랑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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