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합니다.
소녀의 이름은 무명으로 북한에서 태어났다. 성은 모른다. 왜냐하면 소녀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어머니가 전혀 말을 해준 적이 없었고 아버지의 성 씨조차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소녀에게 화풀이라도 하듯이 이름을 무명(無名)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소녀가 여덟 살이 되던 해에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고 소녀의 마을 근처에 있는 강가에 물을 마신 마을 사람들은 죄다 이상한 병에 걸렸다.
그리고 최근에 태어난 아이들 중에 한쪽 손이 없다거나 항문이 없는 아이들이 나타나면서 유령병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물을 마시고 나서는 시름시름 앓다가 이윽고 죽기 시작했다. 그게 핵실험으로 인해서 개천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서였다. 사람들이 한두 명씩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을 때에 소녀의 어머니도 소녀를 데리고 마을을 떠났다.
방사능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인체에 좋지 못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동네 사람들 모두가 방사능에 피폭된 상태였고 그 와중에 건강이 좋다고 볼 수 있는 건 소녀 무명뿐이었다. 분명히 무명도 방사능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가하고 이상하게도 소녀만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무명의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방사능 피폭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원망은 당국을 향했다. 하지만 독재 군사 정권에 반기를 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탈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