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까 봐 두렵지만....
몇 년 전에 회사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감에 따라 이직을 준비 중이었다. 시간이 지나 결국에는 다 핑계지만 계약이 끝나가도록 이직할 회사를 못 찾았다. 갈 수 있는 회사가 있는데 골라서 안 고른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갈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실업 기간이 길어지자 사람들은 내가 절실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렇게 8개월이 흘렀다. 입사 지원서를 넣어서 몇 군데 합격을 했지만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나는 공황 장애와 사회 불안 증세를 억제해 주고 안정해 주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그 부작용으로 일반인에 비해서 혈색이 안 좋아 보이는 점이 있다. (사람마다 약의 작용과 부작용이 다르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내가 장기간 서류 지원에서 탈락하자 지인들이 내 이력서를 보더니 공황 장애와 사회 불안 증세라는 단어를 빼버리라고 했고 그 충고대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수정했더니 서류 전형에 합격했었다.
그런데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일제히 '기제 씨, 어디 아프냐? 아파 보인다'라거나 '기제 씨는 스스로 병이 없다고 하지만 제가 봤을 때에는 아파 보여요'라거나 '병을 숨기고 회사에 취업하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는 거 아시죠?'라는 말들을 했다.
8개월 동안에 약 100번의 입사지원, 20차례의 면접 등이 내 구직 활동 기간의 성적이었다. 2024년에 나는 장기간 실업자였다. 정말 노력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쉬었음 청년이라고 부른다. 요새는 청년 실업자를 청년 실업자라고 부르지 않고 '쉬었음 청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도 낙오자가 되기 싫고 경력 공백이 커질수록 취업의 문이 더 좁아진다는 걸 아는데 잘 되지 않았다. 지금은 편히 말할 수 있지만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지적이 반복될 때에 답답함은 커져갔다. 처음 살아보는 내 인생이라서 잘 안 되었다.
해답을 생이 끝나고 체험이 마무리되고 나서 저세상에서 알게 되는 게 아니라 현생에서 필요할 때 알려주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2년 전에 어느 한 면접에서 딱 한 번 마음을 열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에게 공황 장애가 있음을 숨기지 않고 밝혔더니 나를 받아줬다. 사람들이 내가 솔직한 게 마음에 들었다고 했고 덕분에 이해와 존중을 받는다.
어떨 때에는 약점을 숨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때로는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