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약 다이어리> 마뜩잖은 시선을 그냥 넘기는 힘

#직장내괴롭힘 #사회생활 #트라우마 #피해의식 #심리상담 #약이답은아니다

by 산책이

제목 : 마뜩잖은 시선을 그냥 넘기는 힘


나는 매일 나를 마뜩잖아하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 시선이 실제인지, 과거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피해의식인지 혼란스럽다. 말의 내용은 친절함이지만 그 표정과 태도는 영 아니다. 친절한 말투 뒤에 감춰진 계산과 거리감이 느껴진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도 없고, 모든 이들이 나에게 호의적일 수도 없지만 달가워하지 않은 태도,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이 느껴지면 마음속에서 자동으로 방어가 올라온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올라온다. 내가 지금 느낀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나 혼자 오해하고 있는 걸까? 진심은 결국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내 직감이 틀리지 않았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러다 또 생각한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혹시 내가 모르게 실수한 게 있었을까?


예전에는 이런 감정과 생각들을 일일이 해석하느라 골머리를 앓지 않았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기도 했고, 오해가 생기면 풀려고 애썼으며, 내가 실수하거나 일을 잘못했을 땐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상식 밖의 말과 행동이 넘쳐나는 동료들을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그땐 그냥 누구나 겪는 사회생활의 시행착오를 지나고 있다고 여겼다.


성인지 감수성은 턱없이 부족하고, 자신의 승진만을 추구하며 동료를 적으로 몰아붙이는 이들. 겉으로는 철학처럼 말하던 업무 이야기가 알고 보니 그저 자신이 편안해지길 바라는 이기심의 다른 말일 뿐이라는 걸, 그들의 아집을 마주하기 전까진 몰랐다. 결국 나는 지독하고 지난한 시간을 버텨야 했다.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먹으며 하루하루를 겨우 넘겼다. 그 동료들과 물리적인 거리가 생긴 뒤에도, 그 여파는 끝나지 않았다.

슬픔, 분노, 억울함, 그리고 화.

해석할 필요조차 없는 일을 붙들고 끊임없이 해석하다가 결국 무너져버린 나를 약이 붙잡아줬다.


단약을 하면서 다시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생생하게 밀려온다. 물론 약을 먹기 시작했던 때보다는 훨씬 안정된 상태에서, 조금은 정제된 형태로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표정과 마음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나 역시 형식적인 친절을 품은 채 하루를 보낸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싶고, 긍정적인 태도를 지키고 싶다.


내가 원하는 나와, 사회활동을 하는 나는 다르다. 하지만 마뜩잖은 그들의 말과 표정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건 어렵다. 그래서 나는 단약을 하면서 심리상담도 꾸준히 다닌다. 혼자 책을 읽고, 명상하고, 인스타의 좋은 글귀 짤을 보고, 직장생활에 대한 유튜브를 봐도 소용없다. 자동으로 솟구치는 부정적인 사고 흐름을 혼자서 막아내기란 쉽지 않다. 혼잣말이 BGM처럼 가득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극단적이고 파편화된 사고의 흐름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상담선생님을 찾아간다.


약을 먹고 나서, 내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게 싫다.

나는 약 없이도, 내 느낌과 생각을 적절하게 느끼며 살고 싶다.

마뜩잖아하는 시선을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

약은 절대적인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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