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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Oct 27. 2024

<나를 위한 돌봄> 1인칭 마음챙김

1인칭 마음 챙김의 시작, Preview

잠들기 전,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이 단편 영화처럼 머릿속을 뒤덮는다.

오롯이 1인칭 성찰시점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OK컷이 아니라 NG로 가득하다.


'아니! 도대체, 왜, 그때, 그 자리에서 그 말을 한 거야! 넌 참 타이밍을 못 맞춰' ,


'바보같이 왜 가만히 있었어. 한 마디라도 했어야지. 넌 생각도 없냐?',


'하.. 왜 참았냐. 오도카니 서서 거기서 뭐 하고 있었니. 실망이다 진짜'


컷!

다시!

NG!

좀 더 감정을 살려서! 다시 가자!


이 이야기는 빠르게 뒤로 감기를 해, 영화촬영을 기어코 다시 한다.


그놈의 자아성찰.

반성적 사고가 만들어내는 할증까지 붙인 상상 때문에 밤마다 머릿속이 시끄럽다.

그렇게 나는 밤마다 일일영화를 몇 편이고 찍는다.


지겹다 정말. 매일 바로 자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영화촬영하는 내가 지긋지긋하다.

벗어나고 싶지만 이미  1인칭 성찰시점에 엉켜버려 벗어나기 힘들다.  


새로운 장면을 추가하고(분노의 사이다 대사, 심하게는 주먹다툼까지..) 대사를 외우고 심지어는 애드리브까지 생각하는데.. 상대 배우는 지금쯤 쿨쿨 세상 편하게 자고 있겠지 생각하니 억울하고 분하다. 울컥하는 마음이 계속 올라온다.

결국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이 또렷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다짐한다.  


절대 시계를 보지 않을 거야. 시간을 확인하면, 똑똑한 내 머리가 지금부터 몇 시간을 잘 수 있는지 귀신같이

계산할 테니 말이다. 내일이 휴일이 아닌 게 원망스럽다.


그러다 초조해진다. 이러다 밤을 새우는 거 아닌가. 차라리 지금 불을 켜고 거실로 나갈까. 아니면 핸드폰을 보기 시작할까? 인스타 피드를 새로고침하고 유튜브 쇼츠를 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졸음이 끄덕하고 찾아올 때, 재빨리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는 거야. 이 계획 괜찮지 않나?  


1인칭 성찰시점으로부터 멀어지는 방법이 겨우 푸른빛을 내뿜는 핸드폰 액정에 몰입하기라.. 그러나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 날이면, 그날은 나를 호되게 학대하는 밤이다. 이런 수많은 밤들을 보내고 내가 얻은 건 불면. 그리고 노력해도 결국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기력이었다. 그렇게 일상생활이 무너져 갔다.   


1인칭 성찰시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변화가 필요했다. 물론 '성찰'없는 삶은 문제가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나에게 필요한 변화는 거창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에너지가 없었기에 큰 일은 해낼 수 없었다. 아주 작은 변화가 필요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내가 만들기로 했다. 무기력해지지 않기 위해 하루에 하나. 정말 소소한 무언가를 해야지. 나만 알더라도 아주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 보자. 그렇게 시작한 나를 위한 변화.


1인칭 성찰시점에서 1인칭 마음 챙김의 시간을 가지기 위한 변화의 여정을 브런치와 함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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