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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Sep 16. 2024

<나를 위한 돌봄> 잠옷개기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1, 1인칭 마음챙김

나를 위한 일. 뭐가 있을까?


오늘 밤 다시 침대로 돌아올 나를 위해 잠옷을 개기로 했다. 

아침마다 급하게 집어던졌던 잠옷을 주섬주섬 주워본다. 

처음엔 반듯하게 개지도 못했다. 

가볍게 침대 밑에 떨어진 잠옷을 침대 위에 올려두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떻게든 밖에서 오늘 하루를 버티고 돌아올, 

저녁의 나를 위해  급하게 벗어놓은 잠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다가도, 아차차 싶어 침대로 돌아와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급한 대로 베개 위에 던지기라도 했다. 

그러고 나면 적어도, 12시간 후의 나를 챙기고 있다는 안심이 들었다.

종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일하는  이 짜증 나는 기분을 잠시라도 떨칠 수 있었다. 

1인칭 마음 챙김을 위한 아침의 가벼운 시작이라고 할까.


저녁을 먹고 씻은 직후의 그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보들보들한 잠옷을 입고,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포근한 이불속으로 들어가 있으면 

아구구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이제부터 진짜 내 시간이다!라는 안도의 아늑함을 느낀다.

하루종일 일하니라 보지 못한 인스타 피드와 유튜브 쇼츠를 몰아보며 낄낄댄다. 

너무 힘든 날엔 멍하니 스크롤을 새로고침하며 세상 소식을 확인한다.  

때론 도서관에서 종류별로 빌려온 책을 침대에 널브러뜨린 채 티브이채널 돌려보듯 읽는다.

이 시간들이 더할 나위 없이 '내 시간'이라는 기분에 뿌듯하다. 

좋아요를 누르는 개수만큼, 나에게 영감을 주는 문장을 책에서 많이 발견하는 만큼

 잠옷을 입고 침대에서 뒹구는 내가 나랑 노는 시간. me time이 풍족해진다.


잠옷은 나의 me time을 상징하는 거룩한 상징이요. 내 피부를 책임지는 포근하고 소중한 옷이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나에게 딱 맞는 부들부들하면서 매끄런 잠옷을 찾는 것은 

마치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같다. 

그렇게 산 잠옷을 아침마다 내팽개치며 후다닥 출근했던 나를 반성하며 

오늘도 뒤집어진 채로 널브러진 잠옷을 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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