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2, 1인칭 마음 챙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나의 유년시절 그리고 어른이 돼 가는 시간이었던 20대 초반까지
꼬박 10년 동안 항상 내 옆에 있던 존재는 강아지 마루다.
더 오래 살 줄 알았던 마루는 어느 날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나는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갑작스레 소중한 반려견을 잃었다.
마루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외롭게 혼자 다리를 건너게 했다는 미안함으로 몇 날며칠을 울었다.
집안 곳곳 모든 시간에 마루가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닫을 때, 밥을 먹을 때, 씻고 나왔을 때, 자기 전에, 소파에서 티브이 볼 때 등
숨 쉬듯 내 옆에 있었던 마루가 가슴 아리게 느껴져 자다 울고, 아침에 일어나서 울었다.
특히 같이 산책하기에 딱인 날씨 좋은 날은 더 많이 함께 밖에 나갔어야 했는데
뭐가 그리 바쁘다고 집에 가둬놨을까 하며 스스로를 원망했다.
그 후 하늘을 보며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는 마루를 상상했다.
구름조각들을 보며, 마루가 지금 하늘나라에 있겠지.
거기서는 맘껏 뛰놀면서 즐겁게 웃고 있겠지 하며 마루가 행복하기를 기도했다.
하얀 말티즈였던 마루와 닮은 구름 모양을 발견하면, 하늘에서 마루가 나를 기억해 주는 것 같아 반가웠다.
어떤 날은 구름밭에서 마루가 가족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울적함에, 미안함에, 죄책감에 땅만 보며 걸었던 내가 하늘에 있는 마루를 생각하며
어깨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의 움직임을 보며 내 멋대로 마루가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지 상상하며 하늘사진을 찍고, 다시 올려다보고, 또 올려다보며 애도하는 시간을 보냈다.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애도의 시간이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조각과 함께 흘러갔다.
죽음이라는 무기력함에 차츰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던 건,
마루를 마음속에서 충분히 애도하며 하늘나라로 보내줄 수 있었던 건
매일 하늘사진을 찍는 그 순간이 쌓이고 쌓이면 서다.
그 후로 무기력으로 힘든 날엔, 구름조각마다 만들어내는 하늘의 모습을 보며 위안을 찾는다.
하늘을 보기 위해선, 잠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고 그럼 자연스럽게 어깨가 펴진다.
마루가 나에게 남겨준 마지막 선물이
바로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하늘 보며 하늘 사진 찍기가 아니었을까.
마루의 뒷모습을 닮은 구름 조각을 본 날은, 덕분에 지금 내가 이렇게 하늘을 보며 살 수 있다고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