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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l 19. 2023

엄마와 나 서로 하겠다고 티각태각

늙어가는 엄마모습에 가슴이 아린다

집에 오면 집안일은 모두 당연히 내 것이다. 중학생 둘째만큼은 자기 주변정리를 스스로 하는 습관 들이려 다분히 애써봤지만 모두 허사로 끝나고 결국 지금은 내가 하고 만다. 아이의 어질러진 책상부터 샤워한 뒷정리와 빨래까지 하다 보면 짜증이 남과 동시에 예전 엄마와 내 모습이 떠올라 울컥한 맘을 어찌하기 힘들다.


아이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해 엄마 홀로 계신 집에서 한 달간 함께 지냈다. 내 속옷도 스스로 빨지 않았던 철없을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보려 바지런을 떨면 엄마는 자신의 집에서 당연히 당신이 일을 해야 한다며 더 바쁘게 몸을 움직이신다.


양쪽 무릎을 수술하신 지 이제 일 년 지났고 허리 통증도 심해서 움직임이 둔하시지만 여전히 모든 일을 자신의 방식대로 하시려 한다. 빨래도 젖은 상태에서 개고 다듬잇돌과 방망이 대신 개어 쌓인 빨래더미 위에 올라 몸소 밟고 다시 펴서 베란다 빨대에 너신다.


딸이 있는데도 딸가족의 뒤치다꺼리도 하려고 애쓰시니 난 짜증이 났고 러다 또 살이라도 나면 어쩌느냐며 엄마를 나무란다. 그러면 엄만 자신이 아직 건재하신데 자꾸 왜 아무것도 못하게 하냐며 불평이시다. 우리 집에서 집안일을 전부 혼자 해 내야 할 때도 짜증이 났는데 이젠 도와주시려는 엄마가 계신데도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엄마가 아무리 고집을 하셔도 청소와 밥준비 그리고 설거지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엄마도 언니를 통해 나의 엄마와의 한 달 살기에 대한 불편과 불평을 들으셨는지 이젠 적당히 못 본 체도 해주신다. 그리고 딸이 와서 밥도 차려주고 정리도 해줘서 참 좋다는 감사의 표현도 잊지 않고 신다.


엄마 주변에 결혼한 오빠 부부가 살고 있다. 엄마가 건강하실 땐 오빠들 집에 가서 청소며 빨래며 해주셨는데 주변에 살면서도 불편한 엄마를 돕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해진다. 나도 며느리라 <시> 자가 붙는 가족과는 불편하니 이해도 하지만 나도 모르게 서운한 맘이 일어난다. 하지만 언니들 앞에서는 티 내지 않으려 밝게 웃는다.


팔순을 넘긴 엄마는 요즘 자신을 자주 돌아보시는 모습이다.

내가 어릴 때 자주 입으시던 민소매는 고사하고 짧은 소매대신 팔꿈치까지 오는 윗옷을 입으신다. 팔에 살이 빠져 흐느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가리기 위해서다.


엄마를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나도 곧 엄마처럼 늙어가겠지. 귀찮음과 사랑스러움이 반반인 내 아이들에 대해선 그리움이 전부인 걸로 바뀌겠지.. 엄마를 보며 다시 한번 인간의 삶을 돌아본다.




사진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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