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에 빠진 남편을 죽여 살려..
최종 이직까지 살아는 있겠지?
술을 좋아하는 남편은 결혼 24년 차인 현재까지 변함없이 다양한 이유들을 갖다 부치며 퍼 마시고 산다.
신혼땐 그걸로 무척이나 많이 싸웠다. 술이 취한 남편을 일으켜 세워 앉혀가며 잔소리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을 지적도 하고 소리도 질러봤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술 취한 그를 대하는 나의 자세가 변했다면 변했다. 술과의 전쟁을 아무리 해봤자 결과는 아이들만 상처받을 뿐 별달리 해결되는 게 없어 지금은 그냥 놔둔다. 간혹 돌려 까기는 하지만.
요즘 매일같이 마시는 이유는 <이직>이다. 곧 회사를 옮길 예정이고 떠날 회사의 정든 식구들과는 이별을 해야 한다. 술 마시기에 이보다 좋은 이유가 또 있을까..
혈압, 고지혈증 약을 먹지만 만병통치약인줄 아는지 안심하고 마시는 모습이 내 눈엔 철없는 남자 그 이상으론 보이질 않는다.
이웃에 이 남자와 비슷한 남자가 또 있는데 그 아내와 더러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 포기 비슷한 걸 하게 되었다고. 이 남자들 대상으로 좋은 보상이나 받을 보험 연구를 하는 게 더 현명한 대처가 아닌가 우스개 소리를 주고받는다.
여름방학을 맞아 곧 한국을 방문한다. 또 술 마실 이유는 끝없이 쌓인다.
1.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함께(돌아가신 시아버지께는 그렇게 술을 주지 않기 위해 싸워대시던 시어머니도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건 그게 술이라도 좋은지 가득 사놓으신다)
2. 오랜만에 고향친구들과 함께
3. 오랜만에 전 회사 직원들과 함께
4. 인도네시아에선 비싸니 한국에선 일일일막(하루 막걸리 한 병)은 기본이지.
이 남자가 밤 12시가 되기 전까지 꼭 해 내고야 마는 퀘스트가 하나 있는데 친정 아파트 슈퍼가 문 닫기 직전까지 한 병의 신선한 막걸리를 사놓는 게 바로 그것이다.
5. 좋은 안주거리가 있으니
6. 회는 쐬주와 함께 지
7. 김치찌개는 쏘주가 최고지
8. 치맥을 어찌 그냥 넘겨
9. 한국을 왔으니 찐하게 한잔 안 하면 섭섭하지
10. 한국을 떠나기 전엔 또 한잔이지
술 마실 이유는 태산보다 높이 쌓여있다.
아.. 정영 이 세상을 하직하기 전까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자신의 몸은 자신이 망치고 그 망쳐지는 몸을 걱정하는 건 내 몫이고..
정말이지 지겹다 지겨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