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1 딸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대학에서 읽기를 추천하는 도서목록이 나왔다. 난 바로 아이에게 보냈고 잊고 있었다. 앞으로 천천히 해나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라 여유가 있었다.
하교 후 아이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먼저 말을 꺼낸다.
아이 : 이 책들을 어디서 구해서 읽어? 여기선(우리는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다) 구할 수도 없는 책들이잖아.
나 : 아빠가 곧 한국 들어가면 우선 몇 권만이라도 사 오면 되지. 우리도 여름엔 갈 테니까 도서관에서 읽거나 사도 되고
아이 : 아니, 지금 시간도 없는데 그동안에 책도 없이 뭐 하냐고?
<사실 아이는 코로나와 동시에 온라인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책을 읽으면 돈을 준다고 해도 작심삼일이기 일쑤다.>
나 : 제목만 봐도 쉬운 책들이 아니던데 당장 다 읽어 낼 수도 없잖아. 구글링으로 책의 줄거리나 내용만이라도 대충 파악해 놔도 되고. 좀 안 되는 것만 말하지 말고 가능한 것부터 찾아봐. 뭘 자꾸 안 되는 것만 찾으려 해?
아이 : 엄마랑 말이 안 통해!
(??????????????? 엥?? 이건 무슨 소린지..)
나 : 온라인으로 읽어도 되잖아.
아이 : 그럼 돈 내야 되잖아!
나 : 돈 내면 되지!!!!
아이 : 진짜 말이 통해야 대화를 하지! 문이나 닫아줘!!
이건 무슨 대화일까?
내가 이상한 건지 아이가 이상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 이상한 건지..
책 읽는 걸 싫어하는 아이가 그 많은 책 리스트를 보고 그냥 나한테 투정 부리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는 건지..
넷플릭스는 자기 돈으로 잘도 결재해서 보더만..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