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메달만 해도 열개가 넘고 하프코스까지 하면 딸랑거리는 참가 메달들이며 기념품들이 좁은 집을 차지하고 있는 게 정신 사나워서 치우기 바빴다. 첫아이를 출산하고 조리 중엔 비싼 참가비를 내가며 제주 울트라 마라톤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통이 든 가방 속에 긴 빨대가 장착된 신기한 파란색 물가방을 든 채.
그 와중에 인라인은 쇄골을 세 조각으로 부순 사건 후론 알아서 접더라만 그의 또 다른 종목의 운동에 대한 도전 욕구가 꼬물대기 시작했다. 회사 가기 전 새벽시간 수영을 등록한 것이다.
수영장을 열심히 다니더니 이젠 주말이면 바다를 향했다. 처음엔 수경과 수영복만 입고 갔는데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베란다 하얀 빨래봉에 시커먼 사람 형체가 걸려있는 것이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전신 잠수복 같이 생긴 고무 수영복이다. 저거 입고 바다 가서 전복이라도 따오려나...
큰 아이는 유치원생이 되었고 작은아이는 6개월에 접어들 무렵인 2008년 7월, 남편은 충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열릴 바다 수영에 참가신청을 했다. 그 당시 막내 시누이가 서산에서 신혼살림을 하고 있을 때라 동생네도 볼 겸 거기서 하루 묵기로 했다.
대회 일로부터 7개월 전 태안 바다에 엄청난 기름 유출사고가 있었지만 대대적인 노력과 헌신으로 깨끗하게 회복된 바다를 기념하기 위해 부산 해운대가 아닌 거기서 국제 수영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라 했다. 바다 수영대회는 처음 참가하는 거라 걱정도 되었지만 동생네와 함께라 좀 든든했다.
남편은 많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몸을 풀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와 아이들 그리고 막내 시누이 부부는 남편이 10km 바다수영을 마치고 오는 동안 넓은 서해 갯벌에서 조개를 캤다. 함께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으니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드디어 코스를 마치고 남편이 바닷물 속에서 서서히 몸을 드러냈다. 7월 한여름인데도 바닷속에 몸을 너무 오래 담근 탓인지 푸르뎅뎅한 피부색에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며 걸어오는 모습이 살아있는 사람 모습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대회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개의 뜨거운 물 샤워 부스가 준비되어 있었고 남편은 거기서 몸을 녹였다. 쏟아지는 온수를 생명수라도 된 듯 온몸으로 받아가며 체온을 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남편을 보며 도대체 저런 짓을 왜 하는 건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