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구박받아가면서도 끝끝내 영심이를 쫒아다니던 왕경태처럼 남편은 2년을 나만 바라보았다. 영심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그렇게 구박을 해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남이었다.
사귀는 듯 사귀지 않는 듯 2년이 흘렀고, 이 사람은 아니다 하면서도 뭔가에 홀린 듯 결혼에 골인하자 남편은 당신과 결혼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결혼하고도 나만 바라보는 남편과 알콩달콩 잘 살게 될 줄 알았던 나는 그가 결혼 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역대급 희한한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가고 또 받아들여야 했다.
마라톤으로 시작한 그는 (알고 보니 결혼 전까지 축구, 암벽등반도 했더라) 쇄골을 세 조각으로 부숴버린 인라인, 맨몸으로 바다를 헤치는 바다수영에 이어 싸이클링을 하려고 슬슬 준비 중이었다.
글을 아주 완곡하게 쓰려 애쓰는 중이라 읽는 분들은 내가 남편을 은근 응원하지 않았나 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싸워도 보고 달래도 봤지만 당최 대화는 평행선으로 접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EBS 라디오 교육방송을 많이 들었는데 심리상담 교수님 강의를 조합해보고 남편이 성인 ADHD 범주에 가깝다는 결론을 냈다.
어쨌거나 집에 못 보던 자전거 한대가 들어왔고 기껏해야 십수만 원 정도겠지 싶어 가격을 물으니 250만 원 이란다. 그것도 남이 타던 중고가... 난 자전거도 그렇게 비쌀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한바탕 전쟁이 일어났지만 그는 끝끝내 하고 싶은걸 하고 마는 성격이라 남편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자전거를 사더니 페달도 바꾸고 안장도 바꾼다. 멀쩡한걸 왜 자꾸 돈 들여 바꿔대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불가였다. 다른 종목에 비해 싸이클링은 정말 돈이 계속 드는 운동이었다. 엉덩이에 뽕이 들어간 것만 빼면 딱 스케이트 옷인 특수복을 포함해서 자전거 페달에 고정되는 딱딱한 싸이클링 슈즈, 헬멧, 장갑, 야간에 쓸 수 있는 헤드 랜턴 그리고 싸이클링용 선글라스도 사들였다.
나는 뭐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이렇게 집, 회사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고 십원 한 장 아껴가며 아등바등 사는 줄 아냐고 화도 내 보고 조곤조곤 달래도 보았으나 시간이 흐르면 장비는 계속 늘어가기만 했다.
모든 장비가 갖추어지자 남편은 자전거로 거의 주 3회 이상 수십 킬로씩 달리고 싸이클링 대회도 여러 번 참가했다. 차로 한 시간 거리 출퇴근도 자전거로 하겠노라 하더니 회사 도착 후 샤워 문제로 몇 번 하다 포기했다. 400미터 높이의 산을 수차례 자전거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시골길을 홀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사나운 개에게 쫓겨 넘어져 장딴지 옆을 길게 갈아왔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보통 한번 당하고 나면 그 길로 다시는 가지 않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그 동네는 개를 왜 풀어놓는 건지. 혹시 나를 대신해서 남편을 혼내주고 싶은 정의의 댕댕이인가?
이렇게 마라톤으로 시작한 그의 운동은 바다수영, 싸이클링까지 철인 삼종경기로 완성되었다. 남편을 알기 전까진 철인이 뭔지 삼종은 또 뭔지 관심도 없었는데 이런 종목이 존재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