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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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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Jun 26. 2024

감사 14일 차 : 맥모닝

사무실 출근시간은 09시이다. 10년이 넘도록 9시에 딱 맞춰서 출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요즘은 8시 정도에 사무실에 도착하는 편이다. 예전보다 출근이 더 당겨졌는데, 물론 일을 더 많이 하기 위함은 아니다. 일찍 나오는 게 차가 덜 막히고, 사무실에서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등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사무실 근처에 맥도날드가 있다. 맥모닝을 좋아해서 한 때 꽤나 자주 먹었는데, 건강한 음식이 아니고 살이 쪄서 한동안 먹지 않았다. 오늘은 유난히 에그맥머핀이 당겼다. 고민을 하다가 결국 맥드라이브로 향했다. 


에그맥머핀 단품 하나요.


적립하시겠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좌측에 주문 확인하시고 앞으로 와주세요.


에그맥머핀 단품은 3천 원이다. 3년 정도 사용한 전화기가 수명이 다 됐는지 삼성페이 터치가 평소처럼 원활하지 않았다. 카드단말기 앞에서 오늘따라 유난히 허우적거리며 자리를 못 잡던 내 폰은 결국 결제라는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근무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저기요 고객님. 결제가 안 되었어요... 아~~~ㄱ


근무자가 말을 하고 있는데 창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있었다. 근무자의 손이 창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였기때문에, 조금만 늦었더라면 팔이 문에 끼일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제대로 결제가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근무자의 시선은 내가 아닌 포스를 향하고 있었다. 문이 닫히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팔이 계속 밖으로 삐져나와있으면 내가 팔을 잡아 안으로 집어던지려고(?) 했는데, 다행히 근무자가 황급히 팔을 집어넣었다. 


5초 정도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다시 결제를 했고, 이번에는 무사히 통과했다. 결제와 동시에 따끈따끈한 에그맥머핀이 만들어졌고, 오랜만에 먹는 맥모닝의 맛은 죽을 만큼 힘든 회사생활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주었다. 


메뉴 확인과 결제 멘트가 전부였지만, 위험한 순간이 있었음에도 친절하게 응대해 준 직원이 기억에 남는다. 업무 스트레스에 비하면 무척 작지만, 내가 받은 친절에너지를 킵 해뒀다가 다른 직원에게 나눠주는, 선순환이 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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