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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Dec 22. 2024

겨울철 불청객인 이것, 누구에게나 찾아갈 수 있습니다

사고는 순간이지만 고통은 오래가는 낙상사고, 철저한 예방이 중요합니다

유도관에 가면 제일 먼저 낙법을 배운다. 바닥에 메다 꽂히는 게 일상이니 잘 떨어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넘어지는 방향에 따라 전/후방 낙법, 좌우 측방낙법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목적은 동일하다.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게 손으로 바닥을 치면서 몸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


한창 유도를 할 때는 지금과는 달리 몸을 많이 움직였다. 수십 번을 떨어져도 멀쩡했고 쪼그려 뛰기와 구르기를 하며 튼튼한 하체를 유지했다.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 루틴이니 몸도 마음도 건강하던 시절이었다.


40대인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20대까지만 해도 한겨울에도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다녔지만 지금은 가벼운 바람에도 뼈마디가 한없이 시리다.


지난 주말 두꺼운 패딩잠바를 입고 교회로 가던 중이었다. 최근 잠이 부족한 탓인지 초저녁임에도 몽롱했다. 교회 입구가 보이는 순간 뭔가 번쩍하는 걸 느꼈다. 정신을 차려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가 땅바닥과 나란하게 맞닿아있었다.


수년간 유도를 했지만 노쇠한 몸뚱이는 20년도 지난 그때의 감각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넘어지고 난 뒤에야 내가 넘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도 모르게 낙법을 쳤다. 손이 아닌 턱으로!



<길고도 험난한 치료 여정>


겨울철 낙상사고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픽셀



불행 중 다행일까. 다행히 넘어지는 것을 아무도 못 본 듯했다. 하지만 주말 모임이 있는 날이라 사람들이 많을 때였다. 시체처럼 누워있는 민망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얼른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제야 80킬로에 육박하는 몸의 충격을 홀로 감당한 턱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추스르고 일어나 거울 속 내 모습을 보았다. 거울에 비친 턱에서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처럼 피가 콸콸콸 솟아오르고 있었다.


어설프게 소독을 해서 될 상처가 아님을 직감했다. 병원에 가자니 주말 저녁이라 진료하는 곳이 없었다. 순간 근거리에 있는 대형마트가 떠올랐다. 작은 병원이지만 마트 안에 있어 밤까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처치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거나 뼈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좀 더 큰 병원으로 가야 했다. 지하철 3코스 거리에 종합병원 응급실이 있었다. 별일이 아니기를 바라며 운전대를 잡았다.


"바로 꼬매야겠는데요."


응급실 데스크에서 상처를 본 간호사가 말했다. 턱의 상처가 생각보다 크고 깊어 봉합을 해야 한다는 것. 문제는 병원에 성형외과 전문의가 없어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상처부위를 간단히 소독하고 거즈를 덮는 것 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수술이 가능한 성형외과로 가야 한다고 했다.


119에 전화를 걸어 병원 안내를 요청했다. 곧이어 부산소방재난본부(119)에서 장문의 문자가 왔다. 네이버에서 상호를 검색하니 하나같이 '진료 종료'라는 문구가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해봤지만 단 한 곳도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주말 저녁이라 병원 찾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간호사의 말은 얄미울 정도로 정확했다. 상처를 빨리 봉합하지 않으면 상태가 안 좋아질 거 같았지만 진료 중인 병원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119로 전화를 했다. 알려주신 병원이 다 문을 닫았다고. 지금 병원을 가야겠는데 무슨 방법이 좀 없겠냐고.


거리가 좀 있는 곳이라도 상관없으니 어디든 알려달라고 했다. 2차, 3차의 문자를 받았고 검색 끝에 밤 9시까지 운영 중인 성형외과를 겨우 찾았다. 서면 중심가에 있는 곳이었는데, 하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직후라 안 그래도 혼잡한 도로가 더욱 복잡할 터였다.


차를 세워두고 지하철을 탔다. 평소 엉덩이 주사도 싫어하는데 얼굴에 바느질이라니. 두렵고 초조한 마음으로 접수를 한 뒤 대기실로 향했다. 토요일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가득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1시간이나 지났을까. 이름이 호명되었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상처가 깊어 바로 봉합해야 한다고 했다. 순식간에 커다란 초록색 천이 시야를 가렸고 환한 조명이 켜졌다. 더 늦었다가는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참았던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제발) 안 아프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다행히 국소마취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살짝 따끔했지만 참을만했다. 하지만 턱에 미세하게 뜨거운 느낌이 스쳐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마취를 한다고 해서 통증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마치가 제대로 안 된 건지 혼란스러워지려는 찰나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끝났습니다."


이후 수술 부위 소독을 위해 이틀에 한 번씩 내원을 해야 했다. 면도는 물론 세수도 할 수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얼떨결에 환자가 되어 아내가 매일 머리를 감겨줬다. 설거지를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돌봄 노동을 선물로 주다니.



<겨울철 불청객 낙상사고, 이렇게 예방하세요>


추운 겨울은 낙상사고가 흔하다. 바닥이 미끄럽기도 하고 추운 날씨로 인해 근육이 경직되기 때문이다. 두껍게 껴입은 옷은 활동성을 떨어뜨린다. 스마트폰이나 귀에 꽂은 이어폰은 주의력을 분산시킨다. 대부분의 사람은 거의 매일 걷는다. 겨울철 불청객인 낙상사고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2025년부터 65세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예상된다고 한다. 노인층의 낙상사고는 한층 더 무섭다. 노인의 경우 단순한 타박상이 아닌 골절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많은 환자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사고는 순간이지만 상처와 고통은 오래간다. 조금만 더 신경 쓰고 조심한다면 낙상사고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길을 걸을 때 사고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는 아래 사항들을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선 아무리 춥더라도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로 걷지 않는다. 정 추우면 장갑을 끼는 게 안전하다. 손이 호주머니에 있는 상태로 넘어지면 얼굴이 바로 바닥에 닿게 된다.



지난 주말 내가 넘어질 당시 바닥의 높이나 각도가 조금만 달랐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턱이 아닌 이빨이 부서졌거나 안경이 깨지면서 눈이 다쳤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급해도 뛰지 않는 것이 좋다. 두꺼운 옷을 입고 있으면 아무래도 반응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비가 온 뒤에는 바닥이 얼지는 않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사고가 날 경우 뒤로 넘어질 수 있는데, 이는 두부 손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매우 위험하다.



걸어다니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연합뉴스



끝으로 보행 중에는 제발 스마트 폰을 넣어두자. '스몸비족'이라는 말이 있다. 길을 걷거나 횡단보도 등을 건너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로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걷는 사람을 매일같이 본다. 전방을 똑바로 주시하지 않으면 앞에 사람이 지나가는지, 갑자기 차가 진입하지는 않는지, 바닥에 장애물이 있지는 않은지 알 수가 없다.


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면 이동 후에 집중해서 보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겨울철 불청객인 낙상사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모든 사고가 그렇듯 처치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2024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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