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을 마무리하며...
드디어 애증어린 (약)반 년의 교환학생이 끝났다.
마지막 작별 파티에서 친구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와는 이렇게 지내 볼걸, 이 친구와 더 말을 나눠 볼걸, 더 나아가서 시간을 이렇게 보낼걸 저렇게 보낼걸...마무리될 수 없는 생각들이 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학교를 다닌 지역이 대도시가 아니었고 차를 타지 않으면 즐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빌미로 교환학생 막바지는 조금 우울하게 보냈다. 떠나기 전 계획했던 것들이 잘 풀리지 않기도 했었고, 다른 친구들이 가지는 기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객관적으로 내 능력이 부족했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지나간 후회를 말해 뭐하겠는가. 후회든 성공이든 그래도 기록하면 내 경험은 오롯이 다 내 것이 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꼭 꼭 지킬 다섯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J-1을 받고 가는지 F-1을 받고 가는지, 비자 연장이 어떻게 얼마나 가능한지, 또 내가 받은 비자로 워크퍼밋이 나올 수 있는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중요하다. 잘 모르면 미국 땅에서 내가 잡을 수 있는 기회들을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던데, 한 학기짜리 J-1 비자도 방학에 인턴쉽을(따낼 수만 있다면)할 수 있다. 나는 학기 종료 2~3주 전까지 잡 오퍼를 받고, 비자가 끝나면 주어지는 Grace period 안에 일을 시작하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Academic training] 프로그램을 노렸었는데, 결과적으로 잡 오퍼를 받지 못했다. 레쥬메 작성부터 지원, 인터뷰 후기까지의 과정은 따로 글로 작성할 예정이다.
나는 학기 등록을 할 때 Department를 예술대로 등록하긴 했지만, 다른 전공을 수강하고 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prerequisite나 corequisite같이 다른 강의 수강 조건을 낀 수업이 아니라면 다 들어도 무방했다. 따라서 본인 전공이 아닌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나중에 이력서에 어필하고 싶다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오길 바란다. 정했다면 꼭 팀플과 과제가 있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결과물이 축적되는]수업을 골라 듣는 것이 좋다. 같이 교환학생 생활을 한 한국인 친구는 팀플을 하다 사기업에서 여는 케이스 스터디 대회도 나갔었는데, 참 부러웠었다.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은 경험과 성장을 한 것이 보였었다.
아마 교환학생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부분은 대인관계일 것이다. 나도 사람을 그닥 좋아하지 않고 마음 맞는 몇 명과만 지내려고 하는 스타일이라 이 부분이 힘들었다. 어렵더라도 용기를 꼭 내는 것이 필요하다.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다 말을 걸었을 때, 나를 싫어하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연결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 성격도 더 긍정적이게 됐다. 또래들 뿐만 아니라, 교수님들과의 커넥션도 시도해보면 좋다. 특히 내 관심 분야에 한국인 교수님이 계신다면 정말 베스트다. 이외에도 기회가 되는 족족 링크드인 커넥트라도 걸고 소셜 액티비티 참여도 많이 하면 좋을 것이다.(한 명이라도 더 말 걸어 볼걸!!! 하며 후회중이다.)
단순히 한국말 하지 말고 영어만 쓰라는 얘기가 아니라, 내가 영어를 쓰면서 당황스럽고 식은땀이 나는 순간들과 많이 부딪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하는 일상 대화는 대충 쓰던 추임새 쓰고, 맞장구 치고, 가볍게 대답하고(한국에서도 친구들끼리 그러잖는가?)하면서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전화로 학교 IT팀과 기술 문제에 대해 문의를 한다거나, 은행 직원에게 계좌 약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거나...영어가 편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떠올리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고 입이 쑥 들어가버리는 상황이다. 허나 이런 상황에 자주 처해야 "진짜"영어 실력이 는다고 느꼈다.
농담 아니다. 특히 1년 교환학생이라면 당신은 큰일났다. 1년 숨만 쉬어도 5Kg이 불어나게 될 것이다. 패스트푸드만 가득한 학식당, 그 옆 편의점에 파는 크림 도넛과 화이트 프레첼, 소셜 파티에 밥먹듯이 나오는 피자와 치토스를 매일같이 거부할 수 있겠는가? 또한 처음에는 뭐가 이리 달고 짜냐며 욕하던 미국 과자를, 나중에는 티비를 보며 끊임없이 집어 먹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과자 중독을 끊는 데에 꽤나 시간이 걸렸다...조심하시길!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꿈꾸는 모든 분들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다음 편은 미국에서 인턴쉽 구하기와 마이애미&푸에르토리코, 밴쿠버 여행기 등 3~5편 내외로 교환학생 시리즈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