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몇 병, 그리고 곁들이면 좋을 Playlist를 전합니다
정적의 공간에서 마시는 와인을 상상할 수 있나요?
음악과 와인의 마리아주 (mariage). 와인과 플레이리스트를 골라드립니다.
와인을 더 즐겁게, 더 맛있게 드세요. 단 지극히 개인 취향일 수 있어요.
시원한 바람에 뜨거운 볕이 내리쬐고, 긴 소매에 반바지가 어울리는 계절
하늘은 더없이 새파랗고 노을은 더 붉어지는 계절
상충하는 것들이 어울리는 지금 - 우리는 계절을 넘어가고 있다.
계절을 넘어가는 순간에는 듣던 음악도, 먹던 음식도 변하기 마련이다.
청량한 아이돌 노래를 듣다가도 한순간에 발라드가 그리워지는가 하면
콩국수를 애타게 찾다가도 찐득한 크림 파스타가 먹고 싶어진다.
이맘때는 취향도 새 옷을 입는 시간이다.
와인도 그렇다.
이가 찌릿하게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물처럼 마시다가도
차가운 바람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레드와인이 구미를 당긴다.
와인에도 계절이 있다면, 지금은 ‘피노누아’ 가 아닐까?
여름에 마시기엔 조금 무겁고, 겨울에 마시기엔 가벼우니까.
계절에는 고유의 냄새가 있다.
봄에는 간질 거리는 포근한 냄새가 나는가 하면 여름엔 습한 풀냄새가
가을엔 어딘가 아득한 땅과 볕의 냄새가 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비옥한 땅의 냄새를 닮은 피노누아.
피노누아를 마시고 있으면 여름을 잘 보내고 가을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여름과 작별하고 있는 지금, 피노누아로 새 계절을 맞이하면 어떨까?
피노누아. 이름부터 우아한 피노누아는 프랑스 브르고뉴를 대표하는 포도품종이다.
껍질이 얇고, 알맹이가 빽빽한 피노누아는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포도인데 포도 특성상 재배도 양조도 까다롭다고. 하지만 그만큼 섬세하다는 평을 받는 품종이다. 피노누아는 산뜻한 베리류의 과실향을 뿜어내기도 하고, 쿰쿰한 땅의 향을 내비치기도 하는데 쉬라, 말벡을 즐겨먹던 내가 피노누아에 입문하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내 마음속의 1등인 품종이 돼버렸다.
마실수록 매력 있는 피노누아는 프랑스 브르고뉴를 대표하는 품종이라지만, 내가 자주 접한 건 미국 피노누아. (아마도 가격 때문이겠지) 항간에 미국 피노누아는 피노누아도 아니지!라는 말이 있다지만, 최근에 내 이마를 탁 치게 만든 미국 피노누아를 소개한다. 미국 소노마카운티 러시안 리버밸리가 산지인 조셉 스완 피노누아. 양재에 있는 <와인스코프> 사장님께 추천받아 마신 와인인데 나와 취향이 다른 나의 와인 메이트도 그리고 나도 마시자마자 이마를 탁! 치며 맛있다!를 외친 와인이다.
** 미국 소노마 카운티 러시안 리버밸리 : 캘리포니아 북쪽 끝에 위치한 지역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게 특징이다.
약간 습한 냄새와 옅은 마구간 냄새를 내비치다가 첫 입을 마시는 순간 입안에 퍼지는 말린 체리, 라즈베리, 산뜻한 산미! 사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감바스와 먹으니 끝 맛에 산미를 마무리하면서 완벽한 마리아주를 이루는 게 아닌가!
국내에 수입되는 조셉스완 피노누아는 세 가지 종류로 구분되는데, 그중 가장 상위급인 트렌튼 에스테이트. (트렌튼 에스테이트 > 트렌튼 뷰 > 뀌베드뚜아) 기회가 닿아, 얼마 전엔 뀌베드뚜아도 마셔보았는데 확실히 트렌튼 에스테이트와 구분되는 맛을 가지고 있었다. (뀌베드뚜아가 트렌튼 에스테이트보다 산미가 낮고 숲 냄새가 더 나는 느낌이랄까?)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세 가지 종류를 비교해 보며 마시면 어떨까?
#미국 #캘리포니아 #피노누아
1. Field Recordings WONDERWALL PINOT NOIR 2018 필드 레코딩 원더월 피노누아
우연한 기회로 선물을 받아 접하게 됐는데, 당시에 가지고 있던 피노누아의 선입견 때문에 큰 기대 없이 마셨던 와인이다. 그런데 웬걸? 피노누아에 대한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나를 피노누아의 세계로 이끄는게 아닌가? 산뜻한 라즈베리향이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빨리 마셔서 그럴지도) 원더월 피노누아. 돌이켜보면 프랑스 피노누아와는 전혀 다른 매력이었지만, 피노누아에 입문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와인 되시겠다.
압구정 와인씨 5만 원대 ~
2. Costal Ridge Winery Pinot Noir 코스탈 릿지 와이너리 피노누아
가성비 피노누아를 찾는다면 이건 어떨까? 단골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발견한 코스탈릿지 피노누아도 미국의 피노누아다. 가격에 놀라고 맛에 놀라는 코스탈릿지 피노누아는 데일리로 마시기에도 손색없는데 아직까지 와인샵에서 많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산도가 높아 안주 없이 먹어도 좋다.
레스토랑에서 4만 원대 ~
3. The Pinot Project Pinot Noir 더 피노 프로젝트 피노누아
이제 와인을 좀 즐길 줄 안다면, 라벨만 봐도 어디 지역인지 대충 눈치는 챌 수 있다. 그렇다. 미국이다. 팝한 라벨에서 느껴지는 더 피노 프로젝트 피노누아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피노누아. 앞서 소개한 세 가지 와인보다 산도는 비교적 낮지만, 그래서 더 진한 과실향을 품고 있다. 어쩌면 다른 품종으로 착각할 수준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피노누아가 낯선 이들도 쉽게 마실 수 있다.
서교동 와사향 3만 원대 ~
브라운아이즈소울 - Blowin' My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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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아이즈소울 - 술 (C2H50H)
백예린 - Popo (How deep is our love?)
백예린 -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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