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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에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가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로도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예전의 나는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지,
이 길이 맞기는 한 건지
끊임없이 망설이고 의심하며
스스로에게 되묻던 사람이었다.
방향도 목적지도 분명하지 않은 채
참 오래도록 걷고 또 걸어왔다.
가끔은 지금 걷는 이 길이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헤매며 걸어온 모든 길,
우회라고 믿었던 순간들까지도
결국은 지금의 나에게로 이어져 있었다.
어디에도 닿지 못한 것 같던 시간들이
사실은 나를 이 자리로 데려오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잠시 숨을 고르는 중에 내려다본
먼 길을 걸어온 흔적 위에
나의 두 발이 닿아 있는 이 자리.
타인의 삶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
혼자 버티는 쪽을 택했던 지난날,
홀로 헤매던 외롭고 쓸쓸했던 시간들,
지독하게 서럽고 힘에 부쳤던 날들을
지나서야 비로소 닿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버텨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더 이상 도망칠 필요도 없고,
그래서 이제야 머물 수 있는 자리.
예전에는 늘 다른 자리를 꿈꿨다.
더 나아 보이는 자리,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누군가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자리.
하지만 내가 바라는 나의 자리는
결코 화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애써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누군가에게 이해받기 위해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자리면
충분하다는 것을.
숨이 조금은 편하게 쉬어지는 곳.
마주하기 싫은 감정들과
괜히 싸우지 않아도 되고,
매번 이겨내지 않아도 되는 자리.
스스로를 밀어내거나
스스로를 구속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저 지금의 나로
존재해도 괜찮은 곳이면 된다.
내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자유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떠나지 않아도 괜찮은 자유.
주변의 시선과 불안 때문에
나의 자리를 옮기지 않아도 되는 자유다.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지금,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의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른다.
이 자리가 영원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잠시 머물러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것으로도 참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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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헤매고 돌아온 끝에,
비로소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가
내게도 허락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더 나아가야만
괜찮아질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키는 것 또한
다음을 향한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하나의 선택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 대신,
잠시 머물러도 괜찮다고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었어요.
늘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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