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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2화와 3화에서 나는 나를 속이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이 필요했는지,
그리고 외면했던 작은 신호들이 어떻게 나를 무너지게 했는지를 돌아보았다.
이 질문들을 곱씹다 보니
내가 얼마나 자주 타인의 말과 시선을 기준 삼아
나를 평가해왔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나는 예전에는 그냥 스쳤던
한 문장에 마음이 닿았다.
“나의 가치는 남의 말로 정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사람의 가치를 쉽게 평가한다.
말 몇 마디로 사람의 깊이를 재단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만으로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요약하려 한다.
잘 됐느냐, 아직이냐,
왜 너만 뒤처졌느냐는 질문들은
대부분 질문하는 이의 일방적인 속도를 기준으로 던져진다.
그 질문들 안에서는 내가 지나온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다.
나의 가치는 타인의 기준표 위에 놓여서는 안 된다.
굳이 나의 가치 평가를 따져봐야 한다면,
나의 가치는 내가 어디쯤에 도달했느냐보다,
그 지점까지 오기 위해 무엇들을 견뎌왔는지 부터 헤아려야 할 것이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마다 다시 일어섰던 수많은 날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 버텨야 했던 시간들,
나의 삶의 끈이 누군가에 의해 마구잡이로 흔들리던 순간에도,
그 방향을 놓지 않으려 애썼던 마음의 무게.
그런 것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나를 구성하는 실체다.
어떤 결과는 무척이나 느리게 도착하거나
혹은 끝내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굳이 삶의 모든 결과에 도달해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쌓인 인내와 노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실패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디딤돌 같은 힘으로 남는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이유는 화려한 성취 때문이 아니라,
어떠한 무너짐 속에서도 끝내 스스로를 버리지 않았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남의 기준으로 나의 가치를 재단하지 않으려 한다.
칭찬에 과하게 기대지도,
무심한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도 않으려 한다.
나의 삶을 가장 오래 지켜본 사람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가 견뎌온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선택들을 적어도 나는 알고 있다.
나의 가치는 누군가의 기준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내가 걸어온 길 위에서,
내가 감당해온 마음의 크기만큼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그러나 탄탄히 형성된다.
그렇게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나는 내 스스로를 충분히 존중해줘야 할 이유가 된다.
얼마나 빨리 도달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진실하게 걸어왔는지다.
나는 언젠가 맞이하게 될 삶의 끝자락에서
적어도 지난날의 내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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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비교와 평가가 너무도 쉽게 오가는 자리에서,
나조차 나를 타인의 기준으로 재단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얼마나 더 많이, 얼마나 더 빨리 도착했는지,
눈에 보이는 결과로만 자신의 가치를 판단받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버텨온 시간과
흔들리던 순간들,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선택들은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밀려나 버립니다.
이 글은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시간들,
말해지지 않았던 마음의 무게를
조용히 다시 불러내기 위한 글입니다.
누군가의 말이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기준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천천히 되짚어보고 싶었습니다.
혹시 지금,
타인의 기준과 속도에 자신을 맞추느라
그동안 견뎌온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다면,
이 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당신”을
스스로에게 기특하다고 말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각자의 삶은
각자의 속도로 형성됩니다.
그리고 지금도 저마다의 속도에 맞춰 잘 가고 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라고,
저는 이제야 온전히 믿게 되었습니다.
202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오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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