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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지제(千丈之隄).
개미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린다는 말이다.
보통은 ‘작은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린다’라는 표현으로 더 익숙하다.
우리의 삶에서도 큰일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그 이전에
아주 작고 미세한 기척이 우리를 먼저 스친다.
그때는 너무 사소해서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던 흔들림들이었다.
내 인생에서 무너진 순간들 또한
갑작스러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
언제나 아주 작은 틈에서 시작됐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아 보였고,
그래서 미뤄두었고, 넘겨두었고,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지나쳤다.
그러나 그 작은 틈들은 하나의 큰 구멍이 되어
조용히 마음 한쪽에서 무너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나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깊은 고통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었다.
살아오며 나는 많은 것을 혼자 견뎌야 했다.
누군가에게 그 시간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쉽게 지쳐버렸다.
그리고 내가 감당해온 무게를
누군가에게 다시 짊어지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작은 불안과 상처마저 묵묵히 넘기며
“이 정도는 괜찮다”는 말을 나에게 반복해왔다.
하지만 괜찮지 않은 것들은
결국 숨을 참다 큰 파도가 되어 돌아왔다.
그 무너짐 속에서 나는 흔들렸고,
한동안 나를 잃은 채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조급하게 벗어나려 애쓰기보다
조용히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큰 치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다림은 누군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마침내 나를 향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나를 쌓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나는 아주 작은 흔들림에도 귀를 기울인다.
하루를 살아내며 스치는 미세한 불편함과 사소한 불안,
말없이 쌓이는 피로까지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한다.
더 이상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다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만큼만 무너지기 위해서.
어쩌면 삶을 바꾸는 일은
거창한 결심이나 큰 의지가 아니라
내 안의 작은 균열을 외면하지 않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서툴지만
그 과정을 배우는 중이다.
작은 것들을 보듬는 법,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나를 천천히, 단단하게 쌓아 올리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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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를 증명하려는 기록이 아닙니다.
무너지기 전에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혹시 지금,
아주 작지만 자꾸 마음에 걸리는 불편함을
애써 지나치고 있으시다면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이미 스스로를 돌볼 준비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해답이 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작은 신호에 잠시 귀 기울여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 더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를,
적어도 자신을 속이지는 않기를
모든 진심을 모아 응원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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