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나에게 정직해지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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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에도
인생은 짧습니다.”


2021년 어느 가을날, 메모장에 남겨두었던 문장이다.

이 문장을 처음 마음에 담았을 때,
그것은 결심이라기보다 깨달음에 가까웠다.

살다 보면 우리는
인생이 길다는 착각 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미루며 산다.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 믿으며,
지금은 참고 견뎌야 할 시간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정말 그렇게 넉넉한지,
나는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견디며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끼지 못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었고,
허비한 것은 실패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 선택을 한 발 뒤로 미루고,
내 기준을 낮추고,
내 목소리를 줄이며 살아온 시간들.

그렇다고 그 시간들이
전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라도 버텨야 했던 시기가 있었고,
살아내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어
견뎌야 했던 이유도 분명히 존재했으니까.

문제는
그 시간이 과정에만 머물지 않고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데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하게 되는 이 선택이 나를 살리는지,
아니면 조금씩 닳아 없어지게 만드는지 스스로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이런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채워갔다.
결국 이렇게 해야 덜 비난받을까.
그래야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선택은 정말 나를 위한 걸까.
그래서 내 마음은 좀 편해지는 걸까.

그러는 사이
‘나답다’는 감각은 서서히 흐려졌고,
살아는 있지만
살고 있다는 느낌은 점점 옅어졌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에게 다시 묻고 싶다.
이 선택만큼은 나를 속이지 않고,
정말 나에게 정직한 선택인지.

내가 나에게 정직하려면
용감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정직하다는 것은
언제나 용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불안하며,
확신 없이 내딛는
겁 많고 소심한 걸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나를 속이지는 않는 선택.
남들이 보기엔 느리고 부족해 보여도
내 마음만큼은 외면하지 않는 선택.

이제는
나도 그런 선택을 하고 싶다.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일을 미화하지 않고,
견디는 삶을 성숙이라 착각하지 않으며,
불편한 질문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삶.

인생은 정말 짧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러니 남의 기준에 맞추느라
내 삶의 방향을 잃고 싶지 않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흔들려도 괜찮다.

다만 그 흔들림의 중심에
내가 있기를 바라 본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에도
인생은 짧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용기를 가득 안고
나에게 정직한 쪽을 선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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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또 마무리 지으면서도

저는 특별한 해답을 찾지 못했어요.

사실 정해진 해답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다만

자신의 선택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주변의 시선과 기준에 맞추느라

자기 마음을 뒤로 미뤄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지금,

어떤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진지하게 삶을 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확신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 선택의 중심에

당신 자신이 있기를,

적어도 스스로를 속이지는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조금은 소심한 누군가의 응원이

당신 곁에 남았으면 합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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