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길어서 말이 짧아졌습니다 #010
- 아스날*이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지 못한 월요일은 언제나 끔찍하다. 도대체 인간은 왜 닷새를 소진해 이틀을 구걸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며, 축구를 단순한 유희로 여겼던 지난날의 나는 얼마나 순진한 존재였던 것인가. 애정이란 반드시 고통을 동봉배송하는 것을. 그리고 아스날은, 어쩌면 이다지도 한결같은 실패 전문 집단인 것일까. 나는 왜 스트레스에 몸서리치면서도 이 지긋지긋한 애정을 20년 넘게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일희일비라는 고행의 종파에 충성을 맹세한 신자처럼 오늘도 일주일치 기분을 헌금으로 바치고 만다. 오늘은 일하고 싶지 않다.
- 대관절 복장 규정이 어쩌고, 캐주얼 데이가 아닌 한 에리(襟) 없는 상의는 피하자는 누군가의 말에 업무를 시작하려다 맥이 풀려 버렸다. 칼라(collar)를 구태여 에리라 표현하며 업계 똥이 굵다는 사실을 은근히 내비치는 것도 묘하게 짜증 나는데, 본인 혼자만 신경 쓰는 복장 규정을 새삼 운운하는 데서 팽팽하던 인내의 실이 탁 끊어진다. 여전한 인간은 여전하다. 규정이나 규범이 무용하다는 건 아니지만, 당신은 확실히 옷을 입은 대신 사고는 벗은 것 같다. 삶의 유일한 통제 가능 영역이 부하 직원 복장인 타입. 기계적인 넵! 대신에 내일 입을 '에리 없는 옷'을 조용히 고민하는 인간이라서 나는 자못 다행스럽다. 그럼요. 저도 여간 구제불능이 아닌데요.
- 개 같은 월요일. 이게 다 아스날이 축구를 못해서 그렇다. 아니, 개가 무슨 잘못이람. 아둥아 미안해!
*아스날 : 영국 프리미어 리그 소속의 축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