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형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여있었다. 그들은 피의자 지구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무실 문에는 강력팀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사무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형사들 여러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피의자 지구씨 사건 이상하지 않아?"
한 명의 형사가 말을 했다.
"무엇이 이상하다는 거지?"
"피의자 지구씨는 범죄경력이 없어. 그런데 범죄계의 베테랑처럼 사건 당일 몇 시간만에 필리핀으로 도주했어. 우리가 추격해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거야."
"보통 초범들은 사건을 저지르고는 자기 집에서 숨어있기 마련이지."
"그의 친구관계와 가족관계를 조사해보니 피의자 지구씨는 외톨이였지. 그는 외로운 늑대였어."
형사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실 안에서는 앞으로의 수사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밖에서 담배를 피던 형사들이 돌아와서 피의자 지구가 외로운 늑대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자, 사건 내부명은 '외로운 늑대'로 결정이 되었다. 그들은 인터폴에 연락을 해서 피의자 지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노가다꾼 출신인 지구는 분명 필리핀에서도 쉽게 적응을 할 것이라고 그들은 분석했다.
#지구
지구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5시간의 이동시간이 걸리는 시골에 숨어있었다. 지구는 이곳의 기온이 적응되지가 않았다. 날씨가 너무 덥고 습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구는 계속 생각했다. 언어라고는 한국어 밖에 하지 못하는 지구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지구가 한국에 있을 때는 하루 일당 12만원짜리 노가다일을 했었다. 그리고 이곳 필리핀에서 노가다일을 하면 하루 일당이 1만원이라는 사실에 지구는 막막함을 느꼈다.
그 날, 지구의 인생을 바꾼 그 사건이 있던 날. 지구는 자신의 고시원방에 있는 모든 흔적들을 가방에 넣고는 인천공항으로 갔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지구는 스마트폰으로 비행기표를 예약했었다. 그렇게 지구는 도망에 성공했다.
마닐라에 도착해서 지구는 문제 없이 입국 심사장을 통과했다. 그 시점에 아직 경찰들은 지구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었을 것이다.
현재 지구의 수중에는 수백만원의 달러가 있었다. 지구는 가진 돈을 모두 달러로 인천공항 은행 환전창구에서 바꿨다. 아마 이 돈이면 1년 정도를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지구는 자신을 추격해올 경찰들이 두려웠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상황들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