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사도 실전은 쉽지않다.
영재원 특강이 있는 날이다.
오랫만에 강의라니 기쁘기도 하고
모르는 학생들이라 긴장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아침에 사고를 쳤다.
아들도 남편도 없이 혼자 있는 그 짧은 시간에.
어제 청소에 몰두했었다.
청소기 AS를 받은김 에
신나게 청소기를 돌리고
그 시간에 물 끓이는 포트. 감자 삶는 기구, 토스터기 등이 너무 더러운것 같이 뽀득뽀득 닦아서 말려두고
화장실 바닥과 변기 청소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백수 주부로서의 역할을 다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커피를 텀블러에게 담아서
강의를 가고 싶은게다.
모르는 곳에 가니 입가심용 커피가 필요할듯 싶었다.
아무 생각없이 포트에 물을 담고 스위치를 누른 순간.
아뿔싸 물기가 남아있었나보다.
그쪽 라인 전기가 나갔다. 0.5초? 순간이다.
냉장고까지 나갔고 가스는 예비전력으로 바뀌었다.
강의 장소로 출발해야 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이런 일이 생전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전기 부분 수업할 때 가정의 차단기 위치를 확인해두라고 그리 열심히 설명했었는데
어딘지 정작 나는 모르고 있었다.
현관 신발장안에 있겠지 싶었다.
이전 아파트는 거기였다.
차단함과 비슷한 문이 있긴한데
도통 내 힘으로 열리지가 않는다.
할수없이 관리사무소로 문의를 했다.
차단함이 쉽게 열릴텐데 이상하다면서도 와봐주시겠다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괴롭고 천금같고 지루하고
내가 바보같고 후회막급이다.
좋아하지도 않는 커피때문에 이 사단이 나다니.
구세주 기사님이 오셨다.
재빨리 신발장을 열어보여드렸더니 이게 아니라고 하신다.
멘탈붕괴이다. 그럼 어디?
세상에 방안에 차단함 단자가 떡하니 있었다.
위 사진이다.
늘상 열어놓는 방문에 가려져 안보였던거다.
혼자 있을 고양이 설이 때문에 방문은 열어놓고 산다.
저것이 무엇일까 생각한적은 한번쯤 있었는데
확인하지않고 넘어갔었다. 내 불찰이다.
괴학을 평생 가르쳤는데
실생활과 연결을 못한 오늘의 내가
많이 창피하고 부끄럽다.
실수는 순간이나 창피는 오래 남는다.
실수와 실패는 다르다.
실수로 인해서 더 큰 실패를 방지할수도 있다.
그렇게 억지로 위로해보지만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엄청 창피하다.
그래도 오늘 강의는 매끄럽게 끝났다.
물론 전기 부분은 아니다.
(이 글을 쓰다가 지하철 환승을 반대로 했다.
담임반 아그들에서 늘상 잘보고 타라고 잔소리 했었는데.
지하철안에서 휴대폰만 보다가 내릴 역을 놓친다고
잔소리했었는데.
참 가지가지한다. 실전과 이론은 이렇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