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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진미 Oct 07. 2022

문학(文學) vs 음악(音樂) ②

[현대문학-with 케이팝] 문학과 음악의 만남!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문학과 케이팝!

문학과 음악의 만남으로 탄생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제 케이팝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주인공 황만근은 이렇게 말하거든요. 

“내 피, 땀, 눈물뿐 아니라 내 차가운 숨까지 농토에 쏟아 넣을 거야.”


황만근이 없어지자, 그의 빈자리가 의외로 크다는 걸 마을 사람들은 서서히 알게 되었어요. 그럼 그들의 반응을 한번 볼까요.  

   

황만근의 부재, 이 정도일 줄이야!

마을에서 젊은 축에 드는 마흔다섯 살의 황영석은 황만근이 벽돌을 찍고 구덩이를 파서 지은 마을 회관 변소에서 분뇨를 퍼내면서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만그이 자석이 있었으마 내가 돈을 백만 원 준다 캐도 이런 일을 안 할 낀데. 아이구, 이 망할 놈의 똥 냄새, 여리가 싸 놔 그런지 독하기도 하네. 이기 곡석한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모르겠구마.”

황만근이 있었으면 군말 없이 했을 일이었다. 늘 그렇듯이 벙글벙글 웃으면서.

“만그이가 있었으모 저 거름이 우리 밭으로 올 낀데, 만그이가 도대체 어데 갔노.”

마을 회관 곁 조그만 밭에 채소를 심어 먹는 여씨 노인도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황만근은 마을 공통의 분뇨를, 역시 자신이 판 마을 공통의 분뇨장으로 가져가서 충분히 익힌 뒤에,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황영석처럼 제가 펐다고 바로 제 밭에 가져다가 뿌리지는 않았다. 특히 여씨 노인처럼 일찍 남편을 잃고 혼잣몸이 된 노인들에게는,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더 자주 거름을 가져다주었다.

“만그이한테 물어보자.”

아이들은 소꿉장난을 하다가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공평무사한 것이 황만근의 평생의 처사였다. 그에게는 판단 능력이 없는 듯했지만 시비를 물으러 가면, 가노라면 언제나 공평무사한 자연의 이법에 대해 깨우치게 되고 분쟁은 종식되었다.      


사회・문화적 가치는 공동체 차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말합니다. 착한 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은 물론이고, 동네의 일, 남의 일, 궂은일에까지 앞장서 온 만근이는 마을 공동체에서 필요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인물이에요. 그런데 그런 그를 사람들은 너무 소홀히 여겼어요. 바보로만 알았던 만근이, 없으니 마을에서는 당연히 모든 게 아쉽겠죠.     


마을 회관 밖, 어둠 속에서 오줌을 누던 민 씨는 우연히 이장이 황만근을 붙들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 보게 되었다. 

“내 이러키까지 말을 해도 소양이 없어. 보나 마나 내일, 융자 받아서 다방이나 댕기민서 학수겉이 겉농사 짓는 놈들이나 및 올까. 만그이 자네겉이 똑 부러지기 농사짓는 사람은 하나도 안 올 끼라. 자네가 앞장을 서야 되네. 자네 경운기 겉은 헌 깅운기에다 농사짓는 놈 다 직이라고 써 붙이 달고 가야 된께…….”

민 씨가 헛기침을 하자 이장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다.  

    

마을 이장까지 황만근을 이용하려는 거죠. 궐기대회에 참가하기를 강권하면서.

결국 황만근은 새벽녘에 혼자서 경운기를 몰고 갑-니-다.     


찐 농사꾼 황만근의 피, 땀, 눈물!

민 씨는 궐기대회 전날, 만근이와 대화를 나눕니다. 그때 황만근은 농사꾼으로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데, 이런 말을 합니다. 세상에, 바보 황만근이가 자신의 농사철학을 확실하게 말하거든요.     

“내가 왜 안 졌니야고. 아무도 나한테 빚 준다고 안 캐. 바보라고 아무도 보증 서라는 이야기도 안 했다. 나는 내 짓고 싶은 대로 농사지민서 안 망하고 백 년을 살 끼라.”     


아, 이게 바로 황만근 버전의 ‘피, 땀, 눈물’ 이야기입니다. 농사꾼으로서 오로지 자신의 BLOOD, SWEAT, TEARS 전부를 농토에 쏟아붓겠다는 것이죠. 진정한 농사꾼은 곡식이 원하는 만큼 많이 많이, 정성을 다하는 만큼 많이 많이, 곡식이 잘 자라는 걸 아니까요. 심지어 내 몸, 마음, 영혼까지 몽땅 쏟아부어 농사를 짓겠다고 다짐하는 거 아닙니까? 남들은 농약을 사용하고, 화학비료를 써서 좋은 열매를 얻으려고 하지만, 그건 결코 농사꾼으로서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거죠. 이게 황만근이 농사에 대한 소신이고, 이게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주된 내용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는 거죠.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서 민 씨가 전(傳)의 형식을 차용하여 황만근을 찬양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당연히 이 부분의 BGM은 BTS의 ‘피, 땀, 눈물’이 최적이겠지요.   

  

내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

다 가져가 가

내 피 땀 눈물 내 차가운 숨을

다 가져가 가

원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원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원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원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아파도 돼 날 묶어줘 내가 도망칠 수 없게

꽉 쥐고 날 흔들어줘 내가 정신 못 차리게

Kiss me on the lips lips 둘만의 비밀

너란 감옥에 중독돼 깊이

니가 아닌 다른 사람 섬기지 못해

알면서도 삼켜버린 독이 든 성배

내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

다 가져가 가

내 피 땀 눈물 내 차가운 숨을

다 가져가 가

- BTS, ‘피, 땀, 눈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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