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과의 사투
선생님, 00님 자꾸 그룹수업 때 조는데
선생님 수업 때도 그러세요?
본인 수업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 지 심각하게 고민하듯, 같이 일하는 강사님이 물었다
나는 "네..^^;"라고 답했다
일주일에 꼭 한 두 번은 내 수업을 듣는 또래 회원님이 계신다
수업참석은 꾸준히 잘하시는 데 수업 중간에 자꾸만 눈을 감고 조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수업 시간에 졸리다는 것은 수업이 재미없거나 집중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어떻게 해야 이 회원님께서 수업 때 졸지 않고 잘 집중할까 내심 고민 중이었는데 다른 그룹수업 때도 조는 걸 보면 모든 수업에 공평하게 졸고 계신듯하다
수업 중 강사 목소리가 작지도 않을 텐데, 깨워도 보고 터치를 해도 계속 자길래 혹시 기면증이 있나 의심하기도 했다
과거 일하던 곳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 중 한 명이 기면증이라 제시간에 약을 챙기지 않으면 엎드려 자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회원님이라면 본인을 졸지 않게 하는 수업을 찾아 듣거나 시간과 돈이 아까워 재등록을 안 할 텐데 그래도 매번 재등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의문스러웠다
돈이 많은 걸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계속 지켜보던 와중에 그룹 수업 때 졸다가 안전에 위험할 뻔한 순간이 생겼다
수업이 끝난 후에 회원님만 따로 불렀다
혹시 계속 졸아서 여쭤보는 건데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 건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회원님은 수줍게 웃으면서 아니라고 했다
수업 중 졸면 안전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너무 피곤한 날은 안 오셔도 됩니다
정중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이 너무 무안하지 않게 조금은 가볍게 얘기했다
썩 유쾌한 대화는 아니었기에 이러한 주의를 받은 회원님이 민망하거나 기분이 나빠 앞으로 내 수업을 안들을 수도 있겠다고 지레짐작했다
수업의 선택지는 많은데 굳이 본인에게 면박 준 강사를 선택할까 싶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그분은 여전히 평소처럼 내 수업을 주기적으로 수강하였다
예전보다는 조금 의식해서 덜 자려고 노력하는 듯했으나 눈꺼풀이 무거운 건 그대로였다
한 번은 금요일 늦은 저녁,
그 회원님 한 분만 수업에 예약되어 1:1로 조우하게 된 적이 있다
나는 설마 일대일 수업도 졸까라는 생각을 하며 절대 아니겠지 싶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여전히 눈을 껌뻑껌뻑하며 조는 모습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병원에서 일한다는 그녀가 불규칙한 근무에 시달리는 것이 안쓰럽기도 했고
두 번째는 그래도 이런 식으로 운동을 하는 것은 강사나 회원 둘 다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 있는 회원님에게 하던 수업을 도중 갑자기 멈췄다
이윽고 몇 초의 정적이 흘렀다
캐리지에 누워 여전히 잠들어 있는 회원님을 깨웠다
회원님,
이렇게 수업하시면 돈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그녀의 삶이 어떤지, 뭐가 그렇게 힘든지 자세히 들어보려 했으나 그녀는 여전히 수줍은 웃음으로 한마디 했다
... 매일 피곤해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정말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휴무가 고정적이지 않기에 체력 만들기 쉽지 않은 걸 너무나도 잘 알겠다
하지만 왜 수업시간에 집중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운동을 제대로 하고 가지 않으면 수업료도 아깝고 동시에 회원님 시간도 너무 아깝다'
'이렇게 피곤해하실 거면 차라리 이 시간에 집에서 편하게 일찍 주무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은 이해가 간다
대신 앞으로는 수업에서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씩 같이 늘려보자
다음 수업부터는 5분만 초집중해보자, 그다음엔 10분만, 15분만..!
1:1 수업은 멘탈코칭으로 마무리했다
앞으로 회원님이 어떻게 변할까, 변하기는 할까?
아주 놀랍게도 이후 수업부터 집중력이 좋아진 게 확실히 느껴졌다
회원님이 졸려고 하면 옆에 딱 붙어서 더 힘들게 시키며 잠을 깨웠다
달라진 모습에 내심 놀랐다
열심히 하는 회원님의 모습에 수업이 끝나고 한분씩 물티슈를 나눠드릴 때 회원님에게 엄지를 번쩍 올렸다
"최고"라고 말했더니 여전히 수줍게 웃었다
회원님은 열심히 수강하며 어느새 체력과 근력이 많이 생겼다
그동안 운동할 의지는 있는 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애썼을 회원님이 대단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운동하기를 격하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