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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free Apr 25. 2023

잠자는 필라테스 센터의 회원님

졸음과의 사투



선생님, 00님 자꾸 그룹수업 때 조는데
선생님 수업 때도 그러세요?

본인 수업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 지 심각하게 고민하듯, 같이 일하는 강사님이 물었다


나는 "네..^^;"라고 답했다




일주일에 꼭 한 두 번은 내 수업을 듣는 또래 회원님이 계신다

수업참석은 꾸준히 잘하시는  수업 중간에 자꾸만  감고 조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수업 시간에 졸리다는 것은 수업이 재미없거나 집중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어떻게 해야 이 회원님께서 수업 때 졸지 않고 잘 집중할까 내심 고민 중이었는데 다른 그룹수업 때도 조는 걸 보면 모든 수업에 공평하게 졸고 계신듯하다



수업  강사 목소리가 작지도 않을 텐데, 워도 보고 터치를 해도 계속 자길래 혹시 기면증이 있나 의심하기도 했다

과거 일하던 곳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   명이 기면증이라 제시간에 약을 챙기지 않으면 엎드려 자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회원님이라면 본인을 졸지 않게 하는 수업을 찾아 듣거나 시간과 돈이 아까워 재등록을 안 할 텐데 그래도 매번 재등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의문스러웠다

돈이 많은 걸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계속 지켜보던 와중에 그룹 수업  졸다가 안전에 위험할 뻔한 순간이 생겼다

수업이 끝난 후에 회원님만 따로 렀다

혹시 계속 졸아서 여쭤보는 건데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 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회원님은 수줍게 웃으면서 아니라고 했다



수업 중 졸면 안전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너무 피곤한 날은 안 오셔도 됩니다

정중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이 너무 무안하지 않게 조금은 가볍게 얘기했다

 유쾌한 대화는 아니었기에 이러한 주의를 받은 회원님이 민망하거나 기분이 나빠 앞으로  수업을 안들을 수도 있겠다고 지레짐작했다

수업의 선택지는 많은데 굳이 본인에게 면박  강사를 선택할까 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그분은 여전히 평소처럼 내 수업을 주기적으로 수강하였다

예전보다는 조금 의식해서 덜 자려고 노력하는 듯했으나 눈꺼풀이 무거운 건 그대로였다




한 번은 금요일 늦은 저녁,

그 회원님 한 분만 수업에 예약되어 1:1로 조우하게 된 적이 있다

나는 설마 일대일 수업도 졸까라는 생각을 하며 절대 아니겠지 싶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여전히 눈을 껌뻑껌뻑하며 조는 모습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병원에서 일한다는 그녀가 불규칙한 근무에 시달리는 것이 안쓰럽기도 했고

두 번째는 그래도 이런 식으로 운동을 하는 것은 강사나 회원 둘 다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 있는 회원님에게 하던 수업을 도중 갑자기 췄다

윽고  초의 정적이 흘렀다

캐리지에 누워 여전히 잠들어 있는 회원님을 웠다



회원님,
이렇게 수업하시면 돈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그녀의 삶이 어떤지, 뭐가 그렇게 힘든지 자세히 들어보했으나 그녀는 여전히 수줍은 웃음으로 한마디 했다



... 매일 피곤해요


 이상  말이 없었다 

정말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휴무가 고정적이지 않기에 체력 만들기 쉽지 않은 너무나도  알겠다

하지만 왜 수업시간에 집중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운동을 제대로 하고 가지 않으면 수업료도 아깝고 동시에 회원님 시간도 너무 아깝다'

'이렇게 피곤해하실 거면 차라리 이 시간에 집에서 편하게 일찍 주무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은 이해가 간다

대신 앞으로는 수업에서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씩 같이 늘려보자

다음 수업부터는 5분만 초집중해보자, 그다음엔 10분만, 15분만..!

1:1 수업은 멘탈코칭으로 마무리했다

앞으로 회원님이 어떻게 변할까, 변하기는 할까?


아주 놀랍게도 이후 수업부터 집중력이 좋아진 게 확실히 느껴졌다

회원님이 졸려고 하면 옆에 딱 붙어서 더 힘들게 시키며 잠을 깨웠다

달라진 모습에 내심 놀랐다

열심히 하는 회원님의 모습에 수업이 끝나고 한분씩 물티슈를 나눠드릴 때 회원님에게 엄지를 번쩍 올렸다

"최고"라고 말했더니 여전히 수줍게 웃었다


회원님은 열심히 수강하며 어느새 체력과 근력이 많이 생겼다

그동안 운동할 의지는 있는 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애썼을 회원님이 대단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운동하기를 격하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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