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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free Feb 04. 2023

청소년들의 심각한 몸 상태

그놈의 48kg



조용한데 활발한 운동


필라테스는 어떤 운동인 것 같은지 물어보니 한 학생이 대답한 답변이다

코로나 방침도 점점 완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 방학기간까지 겹치면서 필라테스 센터는 엄마손 잡고 따라온 학생들로 붐빈다

센터에 학생 수업 문의가 이 정도로 잦은 적이 없을 정도이다


꼰대스러운 발언 한번 하자면 라떼는 학원 다니고 싶을 땐 혼자 여기저기 동네 상가 간판 기웃거리며 호기롭게 들어가서 가격은 얼마인지 수업시간은 몇 시인지 둘러보곤 했는데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어머니를 대동하여 방문하는 걸 보면 내가 너무 독립적으로 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 흑역사 중에 하나는 학창 시절 과도한 다이어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소아비만이었던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몸무게가 65kg이었다

지금도 저 몸무게면 살쪘다고 난리부르스를 칠 몸무게인데 이미 초등학교 때 달성해 버린 것이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다이어트에 꽂혀서 세 달 만에 17kg을 감량했다

어떻게든 48kg를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콜라 작은 캔 하나가 내 하루 섭취량 전부였다

매일 집에 있는 사이클기구를 이용해 4시간 동안 유산소 운동을 했다

집에 있는 시간은 대부분 운동을 하거나 힘이 빠진 채로 누워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먹고 싶은 음식이 눈앞에 보일 때엔 음식 냄새를 한참 맡으면 충족이 되었고

도저히 못 참는 날은 먹고 소화되기 전에 화장실에서 게워내었다

다시 생각해도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가혹했을까 싶은 데 아마도 게임처럼 하루하루 감량되는 숫자에 단단히 미쳤던 것 같다


무리하게 살을 뺀 탓에 월경도 6개월 정도 멈췄고 살을 조금 찌우니 그때부터 다시 월경이 시작되었다

샤워할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졌고 가뜩이나 얇은 뼈대에 구멍이 뚫린 건지 무리한 운동으로 관절에 염증이 생긴 건지 무릎도 쑤시고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속출했다

안타까운 점은 이때 빠진 머리카락과 아픈 왼쪽 무릎은 아직도 그대로이다

무릎은 반월 상연골 파열이란다

과사용으로 인해 찢어졌거나 퇴화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한창 성장기에 근력을 많이 비축해 놓아도 모자랄 판에 근육이고 지방이고 수분이고 다 말려버린 탓에 지금도 기초대사량을 늘리는 것은 나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처럼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는 방법을 몰랐다

당시 정보도 한정적이었고 그저 굶고 운동하면 되는 줄 알았다

더 심각한 점은 내가 그렇게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데 그 누구도 나를 말린 적이 없었다

살이 빠지면 빠질수록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가족이 나를 기특하게 생각했다

다들 똑같이 아무것도 몰랐던 거라고 믿고 싶다


이러한 계기로 인해 현재 운동 지도자로서 건강한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사명감이 있다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 것

현재 내가 추구하는 건강 가치관이다

가뜩이나 세상에 스트레스받을 일도 많은 데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지 말자, 아껴주자, 칭찬해 주자

무한경쟁시대에 셀프로 자존감 깎지말자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이런 마인드컨트롤은 나에게 꾸준히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은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을 너무 내려놓아서 문제일 정도로 예전에 비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스스로 성장기에 몸만들기 실패작 대표 모델이 되었다

부모님은 맞벌이하느라 바쁜 탓에 혼자서 모든 걸 다 헤쳐나갔다

그래서인지 엄마 손잡고 필라테스 센터에 오는 친구들, 그리고 아이 수업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들을 보면 참 부럽다

그 당시 부모님께 참 많이도 관심받고 싶었나 보다


요즘 학생 친구들이 필라테스 센터에 방문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척추측만과 체형교정이며 가끔 체중감량이 목적인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은 낮은 연령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전자기기와 학교, 학원에서의 장시간 좌식생활로 인해 벌써부터 목, 어깨와 허리에 통증을 호소한다

일주일 생활 패턴을 들어보면 도무지 운동시간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아니 한 달 패턴을 들어도 마찬가지이다


수업 첫날 체력과 체형을 보아하니 심각하다

대부분의 여자 친구들은 몸이 흐물흐물해서 금방이라도 물처럼 쏟아질 것만 같다

남자 친구들은 유연성이 없고 몸이 뻣뻣해서 각목처럼 부러질 것만 같다

몸이 내 마음대로 제어가 안되고 관절과 근육 등 움직임에 대한 인지가 전혀 안되어있다

물론 나도 학생 때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내 몸 사용법'을 아는 것은 인생이 달라지는 일이다

청소년기에 성인의 신체조건과 점점 비슷해지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강화해야 나처럼 고생을 안 한다


그리고 운동 습관은 정말 중요하다

어렸을 때 운동을 안 하면 커서도 운동이 필수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들 돈 버는 데 혈안이 되어있는데 건강이야말로 가장 큰 재산이 아닌가?

갑자기 드라마 카지노의 대사가 생각난다


"너는 니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해?"




00이가 00이 좋아한대요~


최근 놀이터 주변을 걷다가 들었는데 너무 귀여워서 픽하고 웃음이 났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약점이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모든 게 달라진 세상에 그대로인 것을 발견했을 땐 잠시나마 순수한 동심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요즘은 놀이터에서 아가들 정모 하는 시간도 짧아지고 운동마저도 학원을 가야 할 수 있다고 한다

학년이 올라가면 그마저도 방과 후에 공부학원 위주로 돌다 보니 운동량은 거의 0에 수렴한다

운동은 체력을 키우고 체력은 공부에 도움이 된다

체력이 되어야 긴 시간 책상에서도 버틸 수 있기에 공부가 한창인 시기일 때도 운동은 놓으면 안 된다

한쪽으로 과하게 치우치지 않은 몸의 밸런스는 정신력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학생들 중에 주 3회 꾸준히 안 빠지고 오는 학생들의 경우 몸 컨디션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져서 놀랄 정도이다

수업 끝나고 알려주는 운동숙제를 매일 열심히 할 수 있는 친구들은 주 2회 수업도 괜찮지만 그럴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주 3회가 나을 수도 있다

애매하게 시간을 질질 끌어버리거나 본인의 의지가 없는 경우 오히려 효과도 잘 못 볼뿐더러 "어렸을 때 나 필라테스해 봤어"하는 추억만 남을 것이다


요즘 내가 맡은 친구들 대부분이 꾸준히 수업에 잘 나오고 열심히 한 덕분에 근력과 유연성이 점점 좋아져서 괜스레 뿌듯하다

꼭 어른이 되어서도 인스타에 #오운완 올리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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