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니야 Mar 14. 2024

프롤로그 ;

나른한 오후의 버스 여행기

1.

반쯤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본다.

창밖의 기온과는 상관없이 따스한 햇살이 버스의 덜컹거림과 함께 나른하게 몸에 감긴다.

'그냥 눈을 감아버릴까'

'아니야, 눈 뜨고 있어야 해'

'아, 눈이 감긴다. 어쩜 좋아'

'그냥 감아버릴까'

단어들이 머리 속을 자꾸 시끄럽게 한다.

눈을 감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꿈뻑이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띄엄 띄엄 앉은 사람들의 뒷통수만 보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앳띈 얼굴의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반쯤 감긴 눈을 꿈뻑여 본다.

얼굴을 앞으로 향하게 하여 기사의 뒷통수에 시선을 줘 본다.

그의 정갈한 헤어스타일이 하늘색 셔츠깃과 함께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을 주어 시원해 보인다.

눈이 다시 감긴다.

떠 보려고 하지만 시선이 흐려진다.

얼굴이 나른해지며 목덜미가 아파왔다.

목구멍에 뭔가 걸린 느낌이 들면서 눈이 감긴다. 다시 떠보지만 또 감아진다.

하품이 올라오다 목에 걸렸다.

'아~'

생각이 멈추었다.

코에서의 들숨이 고막 안쪽에서 천천히 울린다.

날숨은 목에서 고막쪽으로 올라가는 듯하다.

'아~~'

생각이 멈춘다.

눈앞의 뒷통수들이 가물거린다.

눈앞의 뒷통수들이 희미해진다.

'아!'

그냥 눈을 감자.

감아버리자.

그래야 겠다.

문득, 버스가 멈추었다.

꿈벅이는 내 눈에 '삑-'하는 카드 찍는 소리가 들어온다.

'눈 떠야지'

생각과 다르게 또 꿈벅이는 내 눈꺼풀.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이제, 인상 나쁜 놈이 눈을 부라리게 되겠군.'

뒷통수가 두개 더 늘어났다.

눈을 감고, 머리통을 유리창에 붙여본다.

유리에 콩콩 찍히는 것이 덜 붙었나보다.

조금 더 밀어 붙여본다.

이제, 흔들림이 덜하군.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난 어머니도 없이 버려졌다가 어머니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갑자기 손이 뻣뻣해졌다.

아, 눈을 감으니 손도 따라 감아졌나 보다.

그렇게 주위의 소리들이 감은 눈 속으로 녹아든다.

아득한 곳에서 들리는 코골이.

아, 나의 코골이 소리다.

이제, 내려야겠다.

슬그머니 하차벨에 손을 뻗어본다.

일제히 붉은 불이 켜졌다.

아, 소리는 아직도 눈을 감고 있나 보다.

세상의 소리가 깨지 않아 조용하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하차문앞에 선다.

버스가 멈추고, 문이 스르륵 열린다.

난 버스에서 벗어나 도로에 발을 디뎠다.

앞을 보니 소리가 깨어났다.

버스는 나를 내려놓고 소리를 깨워서 떠났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