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고 아픈 가을의 나에게 위로를...
드디어, 바람이 서늘하게 느끼지는 날씨가 찾아왔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무더운 날씨가 무던히도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 여름이 가고 있다. 계절은 가고 오는 것.
그렇게 지구의 공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멈추지 않는 지구에서 가고 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런저런 의문들이 머릿속에 머물러있다. 해결하지도 못하는 의문들을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간직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일일까?
가을이 되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다. 아니, 시간이 흐르면 여유가 생기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기대는 단지 기대였나 보다. 계속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기겁을 한다.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나와 글을 쓰자고 앉으면, 불평부터 시작하는 나를 발견한다.
가을이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희의, 무미건조함, 그리고 허무함과 쓸쓸함. 그 허무함과 '이렇게 그냥 살다 가지'하는 이상한 무기력감.
가을이면 쓸쓸함에 예민해지는 감성이 어울리는데, 나는 하릴없이 서성대다 의기소침해서 돌아가는 아이 마냥 무기력함부터 느낀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느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나 자신과 모든 시간들과 사건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
생각이 비고, 의욕도 없어지는 이 계절이 좋지도 싫지도 않다. 그냥 공허함만 남아있는 시간들.
가을은 이렇게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덥다와 시원하다의 차이 없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머물다 겨울이 찾아오면 허둥지둥 1년의 아쉬움을 느껴야 한다. 그렇게 가을은 내 시간 속에서 무력감과 허무함만 늘어놓고 있다. 나에게 가을은...
나는 가을이면 낙엽 구르는 쓸쓸함에 고개 숙이고 걷는 스산한 길을 좋아했다. 외투 주머니에 손 푹 찔러 넣고 저벅저벅 걸어가는 오솔길을 좋아했다. 쌓인 낙엽 밟는 소리가 좋아 낙엽수 아래를 몇 번이고 돌았던 기억도 좋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살다 보니 감정들도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안녕하지 못한 나의 호르몬이 내 감정까지 조절하기 시작하나 보다. 그렇게 메마른 감정으로 살아가게 될 나의 미래가 안타깝지도 않다.
이렇게 또 가을을 보내고 나면 겨울이 찾아오고 새로운 달력으로 해를 넘기게 되겠지. 그러면 또 나이를 한 살 더하고 늙어감을 한탄하겠지. "인생은 60부터"라는 구호를 생각하며 즐거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노년을 맞이하는 할머니 같은 마음을 코스프레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겠지. 그렇게 나도 나이를 먹고, 계절을 예민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되겠지. 하지 못한 일들을 생각하고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미련을 잔뜩 품으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 한탄도 하겠지. 그렇게 나의 겨울이 가까이 오겠지. 그래서 또 늙었구나라고 한탄하겠지.
나는 가을을 심하게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심하게 무력해지는 나의 가을을 적어보는 노력을 아주 힘들게, 힘들게 하고 있다. 옴 몸이 쑤시고 아프면 생각도 쑤시고 아파지는 느낌의 가을을 보내는 나를 위로하고 싶어 진다. 2024년 10월.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