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찌개 “아니, 잡채는 알면서 잡채찌개를 모르지?”
“이거 너네 고모가 엄마한테 알려준 거라니깐.”
“이 엄청난 걸 모르고 그냥 잡채로만 먹기엔 너무 아깝다.”
엄마는 시누이가 세명이나 있다. 그러므로 나에겐 고모가 셋이나 있다.
고모 셋은 비음이 섞여 목소리가 엄청 크다.
엄마가 고모 셋에게 시달린 이야기를 한다면 듣고 또 들은 이야기라도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결혼 전부터 시누이라는 존재에 대한 편견은 아주 이상하게 박혀버린 나다.
내가 결혼할 때 남편에게는 누나가 셋이 있었다. 그러므로 나에게도 시누이가 셋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우선 목소리가 작다.
모든 배려에 너는 어떻게 생각해? 라며 나의 의사를 묻고, 제일 중요한 건 1년에 몇 번 만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이고모가 첫째 고모인지 막내고모인지 구분을 못한다.
그래서 가끔 만나면 반갑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내 어릴 적 고모들은 주말만 되면 본인들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왔다.
우리 엄마는 그 많은 식구들을 밥을 해 먹이고 술을 먹여야 집으로 갔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말하는 요리는 고모가 알려준 것이라기에 모든 사람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고모들은 살림을 똑소리 나게 잘했는데 그건 다 친할머니가 그리했기 때문이다.
친할머니는 항상 걸레를 손에 들고 계셨고 여기저기를 닦으셨다. 참 부지런한 분이셨기에 할머니를 항상 좋은 분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 할머니에게 전수받아 고모에서 우리 엄마까지 전달된 요리 중 하나는 잡채를 이용한 요리다.
이것도 참 아이러니 한 것이 있다.
잡채라 함은
1. 당면을 불려 삶고.
2. 야채를 손질하여 볶고.
3. 고기를 볶고.
4. 이 모든 걸 섞어 간장과 설탕, 참기름으로 간을 맞춰야 진정한 잡채가 완성.
그런데 우리 집은 이 잡채찌개를 먹기 위해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뜨끈뜨끈한 잡채를 바로 잡채찌개를 끓일 때도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시금치를 넣어 초록색을 내지만 더운 여름이나 시금치가 비쌀 땐 파프리카나 부추로 변경 가능하다.
버섯 또한 목이버섯으로 보통들 만들지만 새송이버섯이나 표고버섯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게 좋은 장점을 갖고 있는 요리 중 하나이다.
칼질을 잘 못하는 전직 요리유튜버.
요리는 레시피 없이도 잘 하지만 나에게 잘 못하는 것은 칼질.
유튜버 영상을 올리고 댓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칼질할 때 다칠 것 같아요” “칼질 진짜 못하네” “칼질할 때 왜 그렇게 해요? “
맞다. 못한다. 자주 다친다. 어쩌라고.
아무튼 그렇게 칼질은 못해도 만들어 낸 잡채를 이용한 잡채찌개는 결혼해서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요리로 손꼽는다.
“그거 해줘 그거”
“뭐?”
“잡채찌개”
“그 귀찮은 걸 만들어 달라고?”
가끔 얼큰한 게 당길 때 남편은 잡채찌개타령을 고운 선율로 만들어 노래를 부르곤 한다.
이번 큰 딸 생일에 딸이 잡채를 만들어 달라고 한 것도 바로 이 잡채찌개 때문이다.
잡채찌개가 먹고 싶다는 것이다.
이 더위에 난 그 잡채를 만들어낸 것이다.
타 타탁타타 칼질 소리를 집안에 요란하게 소리 내며 난 야채를 썰고 볶고 버무리고.
내 땀은 당면을 이어 붙인 길이만큼 흘렀지만 잘 버무려진 잡채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먹어 맛있는 요리였다.
그래서 이젠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낸 잡채로 잡채찌개를 시작해 봤다.
잡채찌개 만드는 법
우선 잘 만들어진 잡채 한 그릇 준비
500ml 물을 냄비에 넣고 끓인다.
고추장을 한 수저 풀어 넣는다.
감칠맛을 천연으로 하고 싶다면 국물멸치 5개
맵게 하고 싶다면 청양고추 3개 송송
참치액 2스푼
고춧가루 1스푼
양념을 다 넣었다면 잡채 한 그릇을 넣는다.
보글보글 끓으면 기호에 맞게 다시다 1 티스푼
남은 잡채는 이렇게 1인분씩 소분해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끓여도 된다.
오래 두고 먹을 잡채는 냉동실 보관한다.
퇴근해서 온 남편이 잡채찌개를 보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우와. 내가 좋아하는 잡채찌개다~”
”알았어 아주 맛있게 끓였으니 얼른 손 닦고 오세요“
“이건 꼭 밥을 말아서 김에 싸 먹어야 해”
정말 신기하게도 밥을 말아 조미된 김을 싸 먹으면 더 맛있는 요리다.
예전에 같은 아파트에 살며 친해졌던 동갑친구에게 이걸 한 그릇 끓여줬던 기억이 난다.
가끔 만날 때마다
“와우가 잡채로 만든 얼큰한 찌개 그거 내가 먹고 완전 뿅 갔는데. 나 또 그거 언제 먹을 수 있어?”
이런 칭찬에 나는 둥둥 신이 난다.
“언제든지 놀러 와. 끓여줄게”
짬뽕맛일 것 같아요.
잡채찌개 처음 봤어요.
남은 잡채 있는데 레시피 좀 주세요.
내가 맘카페에서 받은 댓글들이다.
처음부터 자랑하려고 올린 사진은 아니었다.
그냥 단지 날도 더운데 입맛이 없어 이거 한 그릇 먹었을뿐인데 왜 몸무게가 끝까지 올라갔는지 하소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잡채찌개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발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요. 짬뽕맛 아니에요.
이제 곧 추석이 올 테지.
그럼 잡채들은 흔하게 만들텐데 느끼함을 잡아주는 이 잡채찌개 꼭 대중화되기를 바라본다.
난 오늘도 밥 할 시간에 밖에 나와 커피를 마신다.
이따가 냉장고에 둔 잡채로 찌개를 끓일 양이 넉넉히 있다는 사실에 여유로워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