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계절에서 살고 계신가요.
나의 젊음은 짧디 짧은 봄인 줄 알고 열심히 내달리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불혹을 지나 지천명이 되고 돌아보니 지난날은 봄이 아니라 뜨거운 여름이었습니다.
진즉 여름인 줄 알았더라면 가끔 원두막에서 수박을 먹는 것과 같이,
피서를 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듯 조금 쉼표를 두었어도 되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내가 힘들게 내달렸을 때 그렇게 뜨거운 땀이 흐른 것도 지글지글한 여름 탓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힘들여 지나온 것이 가끔은 서글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힘차게 달려와 일궈 놓은 것들을 되돌아보니 이렇게 높고 단단히 쌓여있는 철탑 같아 흐뭇하기도 합니다.
내가 쉰이라고 해서 이제는 쉬어볼까 했지만,
이 또한 2~30년 후에 보면 여전히 뜨거운 여름이었구나 할 것이기에 난 계속 이 여름을 달리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높게 치는 여름의 파도와 여기저기 맴맴되는 매미들 소리를 들어가며 즐길 줄 아는 여유 있는 사람으로 다시 더 뜻깊게 살 것입니다.
나의 인생에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을 때 조금도 후회나 아쉬움이 없도록 달릴 것입니다.
꿈을 꿨다.
나이 50이 된 남편이 지나온 세월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본인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꿈인데 나는 머릿속을 굴려 금세 문장을 만들어갔다.
꿈에선 난, 거침없이 줄줄줄 읊어댔다.
지나온 세월을 계절에 비유하여 써야겠구나.
어찌 보면 진부한 비유이겠지만 나이 50은 진부해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남편에게 속삭이듯 글을 적다가 눈을 떴더니 이 모든 게 꿈이다.
너무나 재밌었던 글쓰기.
나는 글쓰기가 좋았다.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
그냥 사는 대로 살았던 듯 나의 과거는 어찌했나.
어느 순간 내가 쓴 글을 읽고 누군가 웃거나 미소 지으면 뿌듯하다.
그건 뿜이라는 곳에서 댓글을 적고 좋아요를 많이 받는 것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감동받아주면 감사하고 힘이 난다.
하지만 나의 진짜 꿈은 어머 저 사람 뭐야. 돌아이인가? 하는 글을 쓰고 싶다.
그것도 한 가지 장르이고 능력일 것일 테니깐.
눈을 떠서 좀 전에 꿈에서 읊어대던 글을 적어내려 갔다.
신기하다 너무 생생해서 놓치지 않고 모조리 적을 수 있다.
나이 50은 2~30년 후엔 여전히 젊었을 것이라는 멘트는 누구에게 배운 적 없고, 겪어보지 않았지만 맞는 말이기에 내가 쓰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남편에게 그 글을 복사해서 붙여 넣어 보내줬다.
꿈에서 나에게 숙제 내주듯 한 것을 실제로 보내본다.
내 글에 항상 비판적 코멘트를 말하는 남편은 오늘도 여전히 무응답으로 대한다.
언젠간 멋진 작가로 그 높은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