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줄게
"오늘 갈게요. 내일 또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그래.."
"그리고 그다음 날 또 엄마네 집 갈게요.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잖아요."
"어? 어.."
방학이라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자취하는 대학생 딸이 바쁘게 산다. 시간 날 때마다 본가라고 집으로 오는데, 다음 날 다시 자취방으로 간다. 한 번 올 때마다 손님처럼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 챙겨 먹이고, 같이 카페나 디저트카페를 다녀야 한다.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 둬야 나중에 후회 없을 것 같다.
나중에 결혼하면 이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할까.
돌아갈 때면 "엄마, 정말 재밌었어요."
라고 말해주는 상냥하고 예쁜 딸이다.
겨울방학이라 이번엔 그걸 좀 자주 했다.
눈 뜨면 '아, 집에 딸이 와 있지.'라면서 눈을 뜨고는 부랴부랴 맛있는 국도 끓이고 고기도 구워서 먹였다.
그리고 다 먹고 난 후엔 이곳저곳 카페를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가 갈 시간이 되면 아쉬웠다.
그리고 가고 나면 3일 뒤에 또 왔다.
다시 눈을 뜨면 밥을 차리고 바쁘게 집안을 정리하고 나가 카페에 갔다.
그게 계속 쌓이다 보니 지친다..
이러면 안 되는데 죄짓는 느낌이지만 어쩔 수 없다.
조용히 사색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아이가 말하는 알바 때 겪은 이야기나, 친구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답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젠 좀 지친다고.
집에 원래 같이 사는 둘째 딸은 밥을 먹던지, 계속 자든지 말든지 같이 카페도 안 간다.
하지만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딸아이는 무언가 시간에 쫓기고 아쉬움을 되풀이했다.
나 이제 빨리 개학해서 학교 보내고 싶어.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떠들어봤다.
긴 한숨을 내쉬면서...
아침부터 코스트코에 갔다.
눈에 띈 건 햄버거빵 18개짜리.
무작정 집어 들어 카트에 담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햄버거를 만들었다.
수제햄버거 만드는 법
햄버거빵은 한 번 굽기
치즈 1장
상추 또는 로메인 2장
토마토 1개
떡갈비(패티로 사용)
소스
마요네즈 2스푼
다진 양파 1개
다진 피클
스리라차소스 1스푼
나는 햄버거를 만들었다.
한 번 구운 햄버거에 양파소스를 바르고 떡갈비를 올리고, 치즈를 올린 후 토마토, 상추를 올리고 위에 덮는 빵에도 소스를 바르고 덮어준다.
처음엔 소스를 마요네즈와 스리라차소스만 넣었다.
하지만 양파와 다진피클을 아이들이 추천해서 새로 만들어낸 것이다.
"엄마, 밖에서 사 먹는 햄버거보다 훨씬 맛있어요"
"고마워"
"두 개 먹을래요"
아들은 두 개씩 먹는다. 매번.
나는 포장으로 둘둘 말아 햄버거를 포장했다.
"딸, 이거 가져갈 거야?"
"내일 또 올 건데 안 가져가도 돼요."
"엄마아빠 결혼기념일 때문에?"
"네."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은 엄마랑 아빠 둘이 놀게"
나는 떨리지만 조심히 말했다.
"둘이 놀 테니깐 너도 집에서 좀 쉬고 새 학기 준비해."
"아.. 그래도 돼요?"
"그럼.."
그렇게 결혼기념일은 남편과 둘이 조용히 있기로 했다.
강화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둘이서.
나의 불편함을 그대로 이해하고 해결해 주는 편한 사람.
하지만 아이들이랑 다니면 아이들의 불평불만을 다 들어줘야 한다. 진짜 힘들었다.
나 진짜 겨울방학 내내 힘들었다고 죄짓는 말이래도 여기엔 맘대로 쓰련다.
진짜 힘들었다.
진짜~~~~
개학하면 나 좀 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