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로루디 Apr 04. 2024

아, 망했다. 꿈에 나왔다.

꿈에 나오면 게임 끝이야. 

사람은 왜 이렇게 타인에게 정을 쉽게 붙이는 존재로 태어났을까. 안 그런 사람들도 있을 테니 주어를 바꿔보겠다. 나는 왜 이렇게 타인에게 정을 쉽게 붙이는 존재로 태어났을까. 


이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너는 아무리 친해도 항상 선이 있잖아, 그 선을 넘을 수 없이 벽을 치잖아. 가끔은 난 네가 친한 것 같으면서도 멀다고 느껴.' 나름 오래 함께했던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멍해졌던 대학 시절. 하지만 나는 사람에게 그 정도 방어기제는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향이 다른 것 뿐이겠지만, 그 때부터 나는 선이 있어도 없는 척, 벽을 쳐도 안 치는 척 무던히 노력했다. 그게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길이 없었지만서도. 


다만 나는 나에게 다정하게 굴거나 조금이라도 내가 상대방에게서 내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아낸다 싶으면 무서울 정도로 그 방향에 온 마음이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 좋지 않은 것인 줄 알면서 그 사람이기에 넘어가고, 일부러 시야를 좁혀가며 조금이라도 부정적일 가능성이 있는 행동들을 외면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사람들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처럼 매달렸다. 일상이 온통 무너지고 하루종일 그 사람을 위해 사는 강아지처럼. 


몇 번을 그 짓거리를 반복한 끝에 모두 다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그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근데 그게 어떻게 그렇게 쉽겠니. 


꿈을 자주 꾸는 나는 최근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대상이 꿈에 나와 이런저런 모험을 함께하고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경계에서 모든 경우의 수대로 행동하는 것을 위험 신호로 받아들인다. 꿈에 나올 정도라면 얼마나 깊은 무의식에 그들의 존재가 잠들어 있는 것일까. 신경쓰지 않는다 다짐해도 이미 한 번 무의식에 새겨진 그들의 인상은 지워내기 어렵다. 그래서, 결국 오늘 '망했다' 는 것을 인정하며 잠에서 꺴다. 


절대 마음이 가면 안 되는 관계인데, 나만 손해인데. 시작부터 그걸 알고 있었는데. 

망했네. 



작가의 이전글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