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류에게 선사하는 뜻밖의 선물
"무슨 일 하세요?"
국적불문. 흔히 통성명 다음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
오랫동안 직업은 곧 사회 구성원으로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회적 인식표였다.
“전 제 일을 너무 사랑해요. 일을 할 때면 제가 인간으로서 가장 고귀한 임무를 수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래서 출근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요. 특히 무료한 주말이 끝나고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어요.”
하지만 월요일 아침 둥근 해를 반기는 직장인을 본 적이 있었던가. 일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일을 대하는 사회의 기본값이었다. 필요한 물건을 얻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선 일을 해야만 하는 게 너무 당연한 세상.
그런데 단지 생계를 위한 돈벌이, 이게 정말 인간이 일을 하는 이유의 전부일까?
노동은 애초부터 단순한 생계 수단만은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동을 노예가 짊어져야 할 형벌로 여겼고, 성경의 창세기에서는 원죄의 대가로 규정했다. 그러나 시대를 거치며 노동은 신의 소명, 인간의 창조적 활동, 나아가 자유와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격상되었다. 무엇보다 ‘의미 있다고 믿는 바’를 현실로 옮기는 행위라는 믿음이 하루의 대부분을 고용주에 바쳐야만 하는 피고용인의 톱니바퀴 같은 삶을 지탱해 주었다.
그리고 놀라운 기술의 발전은 그 믿음을 뒷받침해 주려는 듯 인간을 점차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듯 보인다. 특히 최근 AI의 등장으로 시작된 업무 자동화는 생산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주 4일제를 도입하며 근무 시간마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실로 과거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가 실현되었을 때도 일은 누가 하나라고 걱정했던 때가 구시대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세상이다.
물론 모두가 이러한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내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 내가 쌓아온 전문성이 모래성처럼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우리를 지배한다.
그렇다. 더 이상 직업은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 AI가 조수이자 동료이자 사수가 되어가고 있는 세상. 이 변화의 중심에서, 일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가 왔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일을 통해 "삶에 어떤 의미를 남기고 싶은지"를 물어야 할 때가. 이미 일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을 넘어섰으니까.
한 때 직업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의사나 정치인, 법조인 같은 극소수 전문 직군을 제외하면 모두농민이었다. 이후 산업혁명은 사람들을 공장으로 몰아넣었다.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고되고 궁핍한 일을 감내하며, 오직 생존을 위해서 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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