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장마철에는 역세권 덕을 톡톡히 보았다.
장대비가 쏟아져도 장화가 없어도
지하철 출근길은 안전하고 빨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된 지금
우리 부부의 출근길은 자가용을 선호하게 되었다.
집에서 지하철역이 1분 거리이고
차를 가지고 가는 시간이 15분~30분 더 걸리는데도
우리 부부는 차를 가지고 출근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가 하니,
찜통 지하철에서 부대끼고 출근하고 나면
집중력이 가장 좋은 오전 시간에
에너지를 온전히 발휘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는
특히 몸 둘 바를 어찌해야 할지 어려워한다.
조금씩 조금씩 안으로 밀고 들어가야 할 때도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을 밀치지 않으려고
움찔움찔 몸을 움직이다 보면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매일 내릴 때마다
"휴우 오늘 역대급이었다. 여보......"
하면서 혼이 쏙 나간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며
축 처진 몰골로 계단을 올라가곤 했다.
그렇게 출근을 하고 나면
한동안 에너지가 올라오질 않았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머리를 쓰는 직업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시간에 쌩쌩 돌리지 못하면
하루 종일 고생하다 결국 늦게까지 야근한다.
그래서 너무 더운 날에는 출근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차를 가지고 출근하는 것을 택했다.
에어컨을 조금 틀어놓고
쾌적하다 쾌적해를 외치면서
신호등에 걸렸다 달렸다 막혔다 뚫렸다를 반복하면서
회사까지 꾸역꾸역 간다.
출근길 막히는 도로에서 쌓이는 피로도 물론 있지만
북새통 지하철에서 부대끼며 소모되는 에너지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 이 여름, 지하철 출퇴근하시는 모든 분들 응원드리고 기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