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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조 Aug 04. 2024

나는 나여서 좋다

11. 조롱조롱 9남매

우리 형제는 모두 9남매이다. 많이도 낳으셨지 가난한 집에 구 남매라니. 그 중 나는 막내로 태어났고 아들 여섯에 딸이 셋이었다. 큰언니를 비롯해 몇째까지인지는 몰라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살아계실 때는 그래도 그다지 궁핍하지 않았다 했다. 언제부터인가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아침저녁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해져 있었다. 내가 태어날 때쯤엔 그 가난이 절정에 달했고 어머니께서는 나를 낳으시고는 급기야 젖도 물리지 않은 채 이불을 덮어서 씌워 윗목에 밀어두셨다 했다. 그런데 그것을 눈치챈 할머니께서 문고리를 잡고 울면서 애원하셨다고 했다. 밥물이라도 먹여서 당신이 키우신다고 사정을 해서 나는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때 내 어머니의 나이 마흔여섯, 자식을 낳고 죽게 밀어놓아야 했던 어머니 심정은 어떠하셨을까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젖도 말라 잘 나오지 않았는데도 밥물을 잘도 받아먹고 배가 고파도 잘 울지도 않았다고 했다. 본래 순한 아기가 아니라 너무 배가 고파 울 기운도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시부모님에 삼촌들 줄줄이 자식들 하며 그 대식구를 거두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지옥 같았으리라. 시래기죽을 가마솥으로 한솥을 끓여서 식구들 퍼 주고 나면 어머니는 늘 건더기 없는 국물만을 마셨다고 했다. 아버지께서는 그런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늘 밖으로만 나돌아 다니셨고 할머니께서는 멀건 밥물을 받아 두셨다가 내게 먹였고 젖도 나오지 않는 젖꼭지를 매일매일 헉헉대고 빨아대면서 아기인 나는 살려고 발버둥 쳤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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