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된 노후주택 리모델링 스무둘째 날

by 일조

오늘은 목공 이틀째 들어가는 날이다. 어제는 1층의 벽체와 천장 목공을 하였고 오늘은 지층의 기본 목공을 하였다. 목공이 들어가면서 마감재에 대해 논의하는 부분이 많아졌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공정과 자재에 대해서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과 그런 것들 을 생각하지 않았던 우리 부부는 어제 오늘 계속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공사라는 것이 하다 보면 변수가 생기는 것이고 상황이 달라지면 선택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추가 비용 같은 것이 없습니다 라는 말에 믿음이 가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공정에 대해서는 추가 비용을 주면서라도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납득되지 않았던 부분은 공사 들어가기 전에 우리 부부가 이것만큼은 꼭 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부분이었다. 우리는 평창동에 들어가면서 안방 화장실로 통하는 문을 따로 만들었고 그 문을 슬라이딩 도어로 했었다. 그 땐 슬라이딩 도어만 알았지 상부 레일과 하부 레일에 따라서 마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당시 공사하는 업체가 달아 놓은 슬라이딩 도어는 과연 가관이었다. 바닥에서는 문이 허공에 덜렁덜렁 떠 있었고 상부에는 두툼하고 기다란 레일이 안방 벽의 5/4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문을 달아 놓고 자고 일어날 때마다 마주하면서 후회하며 살았다. 그 나날이 7년이었다.

그래서 이번 집을 리모델링 하면서 어느 문이 됐든 슬라이딩 도어가 필요하다면 상부 레일은 꼭 매립으로 하고 싶다고 당부했었다. 과거에 우리의 아픈 부분도 충분히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절대 피하고 싶다고 몇 번이고 말을 했다.


그런데 우리가 고른 슬라이딩 중문이 상부 레일을 매립으로 하려면 보강이 필요하고 직영시공업체가 와야 해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톡을 보았다. 보는 순간 이게 맞아? 하는 격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정말 말 그대로, 안 좋은 감정이 풍선 부풀듯이 순식간에 치밀어 올랐다. 공사 들어가면서 처음부터 이것만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아요 라고 몇 번이고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공정은 충분히 협의가 가능하다. 욕망은 조절하면 되니까. 하지만 이건 정말 싫어요 하는 것은 협의가 불가능하다. 피하고 싶은 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싫지만 어쩔 수 없죠. 참고 사세요는 대화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오늘은 격한 마음으로 하루의 공사를 보냈다. 지층에 목공이 잘 들어갔는지 현장에서 확인도 할 수 없었다. 우리 부부가 어제 이사를 하면서 강원도로 거처를 잠시 옮겼기 때문이다.


큰 공사를 하면서 좋은 이야기만 남길 수 없다는 것은 생각하고 있었다. 공사에 대해 글을 쓰다 보면 어느 날은 안 좋은 감정과 왜 그랬는지도 남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날이 오늘이었고 나는 그 감정과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은 협의할 수 없다. 좋은 것을 해 주는 사람보다 싫은 것을 하지 않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고 같은 이유다. 인간은 싫은 것을 좋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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