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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의 단비 Mar 23. 2024

숲숨

봄이 기지개 켜는 숲

고로쇠나무

숲동무들과 함께 우중 숲길을 걸었다. 받쳐든 우산 위로 톡톡톡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물안개가 자욱한 숲을 마주한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나뭇가지마다 대롱대롱 매달린 작은 물방울은 안개등을 켠 듯 반짝였다.


나무는 가지마다 뾰족한 여린 치맛자락을 펼치며 빗 속 봄의 왈츠를 즐긴다. 나무의 겨울눈이  깨어나는 봄은 경이롭다.


숲에 들어서면 숨겨진 보물을 하나씩 발견하는 기쁨이 넘친다. 수북이 쌓인 낙엽 사이에서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피어나는 노루귀는 남몰래 숨어 피는 이다. 앞만 보며 걷다 보면 놓치기 쉽다. 하늘도 쳐다보며 걸어야 하지만 가끔 발아래에서 손짓하는 꽃과 식물과도 눈맞춤하는 즐거움도 누리자.

노루귀


몸을 낮추고 "안녕, 노루귀"하며 반갑게 눈을 맞추고 인사한다.


아기들덩굴초롱이끼에 맺힌 물방울들의  맑은 떼창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우측사진: 아기덩굴초롱이끼

숲 속 식물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성장속도로 자유롭게 자란다. 물을 흠뻑 머금은 땅의 기운을 받아 새 생명으로 깨어나 숲은 생기가 흐른다.

나무, 산수국, 상산나무가 앞다투어 새 얼굴을

내밀고 축복의 인사를 건넨다.

덧나무
산수국
상산나무 열매와 잎눈


 나무들이 뿜어내는 깊고 맑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 속에 거칠고 뜨거운 숨을 내뱉는다.  건물과 차들이 가득한 도시에선 숨을 쉬어도 답답하지만 숲에 오면 그냥 편안한 숨이 쉬어진다. 숲숨은 내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지고 귀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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