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다에 누워 눈을 감고 둥둥 떠다니며 파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찰랑이는 파도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거친 물살에도 순응하라고.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라고 등을 떠민다.
파도에 떠밀려온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다가 뒤돌아서서 지나온 발자국을 바라본다. 헤엄치듯 밀려온 파도가 지나온 발자국을 지운다. 살다 보면 오랫동안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다. 반면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다. 지우려 애쓰지 않아도 지워지고 남을 건 남는다. 그렇게 상처는 자연스럽게 아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