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발견한 사랑과 친절의 힘
팀 페리스는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일반적인 명상과는 다른 새로운 명상 법에 대해 소개한다. 대체로 명상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명상 법은 다르다.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 명상의 시간에 들어선다. 어떻게? 바로 명상을 시작했을 때 오늘 하루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사람을 3명 떠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오늘 하루가 행복하길 소원해본다. 팀은 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줄 때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구절을 읽자마자 눈을 감고 곧장 명상을 해보았다. 우리 가족들을 한 명씩 떠올려보고 ‘오늘 하루에서 정말 작은 행복이라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대뇌였다. 그러자 꽤 신선한 감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샐쭉 미소가 들었고 오늘 내가 그 행복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함께하는 시간 보내기, 귀찮다고 미루지 말고 대화 나누기, 사랑한다고 많이 표현하기. 항상 내일로 미뤄두는 소중하고 귀한 일들이 생각났다. 오늘 하루 존재의 이유가 생긴 것만 같기도 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팀은 공개 강연을 할 때 사람들에게 간단한 ‘10초 수련법’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강연장에 있는 사람들 중 두 사람을 앞으로 불러온 후 사람들에게 ‘딱 10초동안 이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소원해주세요’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하고 10초 뒤면 사람들이 모두 미소를 짓고 있고 10초 전보다 더 행복한 상태가 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팀은 사람들에게 당장 다음 날 할 수 있는 과제를 낸다. 다음 날 아침 출근 길에 무작위로 딱 3명을 고르고 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라는 것. 팀은 며칠 후 한 메일을 받는다. 매일매일의 출근이 고역이던 한 여성이 이 과제를 수해안 아침이 7년 중 가장 행복한 출근길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대체 무엇이길래?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을 소원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이 점은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다. 나 역시 그랬고 나름의 고찰을 거쳐 생각해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다. 잘 옮고 잘 퍼진다는 의미다. 누군가의 하루를 진심을 다해 응원하고 행복을 빌 때, 그 감정이 고스란히 나에게 남는다. 팀 페리스는 알고 있었다. 이 과제는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해 하는 행위라는 것을. 다른 이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 친절을 베푸는 것, 사랑을 나누는 것은 결국에는 ‘나의 만족과 행복’으로 귀결된다. 설령 그 대상이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고 그는 누군가 자신의 행복을 빌고 있다는 걸 모른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옥같은 출근길 보다는 낭만적인 풍경이긴 하지만 주로 넓은 공원에 가면 비슷한 생각이 든다. 특히 가족 단위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참 평화로워 지면서 그들이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하는 작은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러면 기분이 더할 나위없이 좋아진다. 그 가족들은 멀찍이서 모르는 이가 흐뭇한 웃음과 함께 덕담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은 아무런 대가를 남기지도,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선하고 순수하다. 목적이 없는 맑은 그 마음이 내면에서 불러 일으켜질 때 우리는 인간의 본연으로 돌아간다. 매 순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경쟁과 시기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사랑이라는 대가 없는 감각은 우리가 인간임을 기억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주 소환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묘책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