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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린 Sep 14. 2023

손톱들의 향연

어머니의 손톱


  여성들이 손톱을 치장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부터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손톱의 색깔이 신분을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왕족은 진한 적색을 칠했고, 계급이 낮을수록 옅은 색을 칠했다. 

중국 왕실에서는 금색 옷을 입고 손에는 은색을 칠했다. 

명나라 왕조의 지배자들은 손톱에 빨간색과 검은색 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손톱손질에 대한 관심은 고국에 비해 뉴욕이 훨씬 압도적이다.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 틴에이저, 때로는 꼬마 손님까지 그 대상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단순히 미의 추구를 넘어, 선천적으로 잘못되었거나 후천적으로 기형이 된 손톱을 보정하겠다는 차원으로도 인식이 바뀌었다.


 잘 부러지고 약한 손톱을 위해 나도 자주 손톱손질을 한다. 

가끔은 새빨간 매니큐어로 섹시함을 연출하기도 하고, 청순하게 보이기 위해 하얀 프렌치로 변화를 주기도 한다. 여름철이 다가오니 손님들마다 화려하고 특이한 색깔을 찾느라 법석이다. 

누가 더 눈에 띄는 색깔로 치장을 하는지 서로 곁눈질하기에 바쁘다. 한때는 파스텔톤의 칼라가 유행하기도 했다.


 문득, 매니큐어를 알지 못하던 시절 여름철마다 손톱을 물들였던 추억이 떠오른다. 

장독대나 담벼락 곁에 흔하게 피어있던 봉숭아꽃. 지금도 길가에서 가끔은 마주치는 꽃이다.

시골 평상에 둘러앉아 너도나도 손을 내밀고 봉숭아물을 들여 달라고 엄마를 조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봉숭아꽃잎을 찧고 백반과 소금을 넣은 다음 손톱에 얹어 주고는 헝겊으로 꼭꼭 싸매주었다. 

그리고 하룻밤을 자고 나면 손톱마다 예쁜 봉숭아물이 들여졌다. 

그런데 내 손톱 위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애먼 이불에만 봉숭아물이 들었다. 

그렇게나 손가락을 꼭꼭 싸매고 잤는데도... 

그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손끝 맛은 어설프기 한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올여름에는 매니큐어 대신 예쁜 봉숭아물을 물들여볼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여름밤을 설치던 유년의 방으로 돌아가볼까? 


 손톱손질을 하고 있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문득 네일살롱을 한다면서도 어머니 손에 매니큐어 한 번을 선물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닳고 무디어졌을 어머니의 손톱, 어머니가 좋아하던 붉은 동백꽃 칼라로 네일 아트를 해드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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