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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5장 적용 2

교육과 자유

by Homo ludens

[교육과 자유]

<자유론>의 5장의 전반부는 개인이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 자유에 속하지 않음을 다루었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교육의 의무화 등의 개인과 정부의 관계에 대한 것을 다룬다. 지금도 국민의 4대 의무에 속하는 '교육의 의무'는 마땅히 국가가 개인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이자 국민이 행해야 할 권리에 속한다. 여기서 의무에 대한 부분은 교육을 받는 당사자에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의무는 자녀를 가진 부모가 자녀에게 초등 및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미숙한 아이가 교육을 받아 일정 정도의 소양을 갖추어야 사회에서 자기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은 사회가 요구하는 구성원으로 길러내기 위해 국민에게 부여하는 의무사항이다.

한 명의 인간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큰 책임이 주어지는 행위들 중 하나다. - <자유론> 5장 中 -

하지만 국가가 의무화할 수 있는 교육은 제한된 부분에 한해서이다. 밀은 '오로지 사실들과 실증 학문'으로 그 범위를 제한한다. 따라서 사상이나 종교에 대한 교육은 전적으로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는 가치관에 대한 교육이 단일화되는 것은 "사람을 똑같은 모양으로 길러내기 위한 하나의 주형"이라고 경계한다.


국가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되면 개인은 국가의 통제에 의해 스스로 역량을 축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관료제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조직과 규율이 조직의 방향을 하나로 이끌어나가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따르거나 지시하는 자들 모두 그 규율의 노예가 될 위험이 있다. 질서와 안녕에 집중한 국가는 국민을 유순한 도구로 만들기 위해 그들을 왜소화 시킨다. 작은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둔 인간은 결코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없으며, 결국 국가는 활력을 잃고 쇠락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성을 억제하기 위해서 밀은 "정부 조직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대등한 역량을 갖춘 집단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현대 국가에서는 임명직 공무원과 시민단체들을 통해 안과 밖에서 관료제의 경직성을 풀어낼 수 있도록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교육은 그들의 최소한의 지식 전달에 국한되어 의무화되어야 한다. 객관적 사실과 검증 가능한 지식에 대한 시험만을 주관해야 한다는 밀의 견해는 개인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지식과 언어능력을 의무 교육의 목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유될 수 없는 독점적 지식은 인류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없고, 개인의 부와 명예를 쌓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과 소통 가능한 수준에서 지식은 다양한 실험과 경험을 통해 폭넓은 지식으로 확장되어 또 다른 풍요로움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된다. 밀은 동시에 최소한의 지식이 습득될 교육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인구가 너무 많거나 그렇게 될 위험이 있는 나라에서 많은 수의 자녀들을 낳는 것은 결국은 과잉 인구로 인한 과도한 경쟁으로 임금이 내려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에, 노동 수입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대한 범죄가 된다. - <자유론> 5장 中 -

밀은 교육받지 못한 인간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은 반드시 고등교육을 받아야만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인류는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살면서 협업을 통해 보다 높은 생산성과 품질을 만드는 수준에 도달했다. 밀을 사고 안에서 인간은 여전히 '생산의 주체'였고, 교육받지 못한 인간은 생산력을 상실한 사회의 짐이 될 수밖에 없음은 자명했다. 따라서 교육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가 개인에게 제공해야 할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이며, 국민은 이 의무를 수행하여 '생산의 주체'가 되어야 했다.


[AI시대의 교육과 자유]

AI가 생산 과정의 대부분을 수행하게 될 때, 인간은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될까? '생산의 주체'로 사회의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개인은 압도적 효율을 자랑하는 AI에 의해 자신의 역할을 빠른 속도로 잃어가고 있다. 생산력을 증대되지만 생산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개인은 제품을 구입할 구매력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의 '소비의 주체'로서의 역할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 교육은 생산 활동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명백히 바뀌고 있는 산업에서의 개인은 전혀 다른 교육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다.


밀이 비판한 획일화된 교육의 위험성은 AI시대에도 존재한다. 학습자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 않는 한 AI는 데이터 평균에 기반한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개인화된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AI는 사용자의 입맛을 정확히 파악하여 유사한 정보를 제공하며, 불편하거나 도전적인 정보를 통해 사고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다. 획일화된 알고리즘 아래에서 자라난 지성은 밀이 그토록 경계하는 다양성을 상실한 '복제된 정신'과 다르지 않다. 시스템이 완벽해질수록 그 속에서 자라는 인간은 시도와 모험의 정신을 잃고 왜소화 되어간다.


AI시대의 교육은 개인이 알고리즘의 정보 편집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밀이 '사실과 실증 학문'에 한해 교육의 의무를 제한하며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의 확립을 존중했듯이, 앞으로의 교육은 알고리즘이 규정하는 정보의 판단능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매끄러운 정보에 마찰을 주어, 시행착오를 통해 AI가 끊임없이 부정성을 포함하는 포괄의 해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이끄는 역할을 해낼 때, 개인은 AI에 의해 길들여지지 않고 주체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개인은 '옳음'에 빠르게 도달하는 능력은 AI에게 맡기고, 수많은 '그름'을 통해 아직 도달하지 않았던 의문에 AI를 밀어 넣어야 한다. 한때 인간은 신의 물음에 답하는 존재였고, 올바른 답을 찾는 것이 참되고 선한 신의 아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AI에게 묻고, 답을 요구하고, 그것을 부정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비판적 부정이라는 바람을 AI라는 배에 불어넣어, 배 위의 인류가 미지의 땅(terra incognita)에 도달하도록 하는 인간상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가 AI시대에 교육의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바이다.


960px-Michelangelo,_Fall_and_Expulsion_from_Garden_of_Eden_00.jpg <에덴동산에서의 타락과 추방>, 미켈란젤로, 1509-10

에덴동산은 절대적인 긍정의 공간이다. 이곳에는 부재도, 결핍도, 고뇌도 없다. 완전히 신과 동화된 상태에서 아담과 이브는 절대적 긍정과의 약속을 파기하게 된다. 선악과를 먹는 행위는 신과의 약속을 부정하는 '부정성'의 등장이다. 신의 명령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신과 분리되고 '나'라는 주체를 획득했다. 이로부터 인간은 '선택'이라는 자유를 얻게 된다. 참이라는 선택지만 있을 때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참과 거짓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질 때, 비로소 '선택'은 의미를 갖게 된다. 인간의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그리고 선택한 것이 초래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불러온다. 신은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부정, 즉 죽음을 부여했고 우리는 그렇게 필멸자가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끝이 있게 되고 난 후, 유한한 시간 속의 모든 시간, 즉 모든 하루를 가치 있게 채우고자 한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기에 한두 번의 실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국 모든 삶은 죽음으로 회귀할 것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오늘을 맞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어제에 대한 부정이 오늘이라면, 오늘은 새로운 어제가 되어 또 다른 새로운 오늘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유한한 인간의 삶은 부정된 수많은 어제를 통해 새로운 오늘들에 도달하고자 하는 자유의 움직임일 것이다. 죽음이 있기에 비로소 삶은 예술이 되고, 부정이 있기에 비로소 인간은 신의 피조물을 넘어 자기 운명의 창조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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