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 김용기
막차는 떠났고
빛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갔다
덜컹거리는 칸마다
잡아들인 전등 불빛으로 흔들렸다
어디로
무슨 생각을 하며 막차는 떠나는 것일까
창 밖은 무표정하였고
어둠을 뚫는다는 것은
응시하던 방향으로
남은 추억 하나를 찾아가는
어느 여린 승객의 목적이 되었다
졸음을 참아 내는 역마다
잡혀 온 것들 중에서
먼 별과
안드로메다 성운의 몇은 미리 내렸는데
종착역이 문을 열었을 때
인정머리 없이 일어선 자리에는
별의 껍데기와
밤새 나눈 이야기 부스러기들이
하품하다가
슬며시 놓은 방귀 같이 놓여있었다
지친 막차도
간섭하지 않았는데 부끄러운 탓
산 끝 아침은 데면데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