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 김용기
이쪽과 저쪽을 이어놓고 보니
다리였다
사람이 건넜고
차가 빠르게 지나갔다
바람도 다리로 모여 들었다
이것저것 바쁜 소식도
떨어졌던 사랑도
이쪽 지나 저쪽 향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중매쟁이였던 어머니는
든든한 다리였다
갈라 선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시 하나에 웃고
시 하나에 우는 사람을 기다리며
시를 쓰는 시인은
말 걸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다리가 놓여졌다고 말할 텐데
철없을 때다
그래도 든든한 다리로 착각하리라
헛웃음도 그렇게 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