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睡蓮)이 비를 맞았다
- 누구나, 한 번쯤 그럴 때 있다
수련(睡蓮)이 비를 맞았다
- 김용기
마당 한 구석 절구통에
수련 한 줄기 떠 있더니
꽃 피웠다
그 적은 고인 물에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았다
내려다보았으나
아픈 사연 하나쯤 왜 없겠냐 싶어
그대로 두었다
뒷짐 지고 다가섰으니
어떻게 왔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좁은 절구통에서
뜨거운 해만 쫓아내 주었다
다리는 뻗어야지 싶어
잠 많은 그를 위해
밤에는 허연 엉덩이 차고 들어앉는
달도 걷어내 주기로 하였다
어제는 수련이 비를 맞았다
제 일 접어두고
수련의 해산(解産) 기다려 준
절구통을 쓰다듬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