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 김용기
계명은 열 개
지킴이 대체로 무난했으나
더러 어려웠으며
몇은 지키는 척할 뿐이었다
해가 바뀌고
계명 하나 추가됐다는 소리 들렸다
열한 번째 계명
들키지 마라
맹랑하다
이천 년 요지부동이던 계명을 누가
만지작거렸을까
못 본체,
말 안 하고 지낸 날이 어제오늘 아닌데
어쩌다가 꺼낸 넋두리를 누군가
이번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우겼다면
닮음이 청개구리다
나이도
계명 주실때 보다 훨씬 더 드셨고
말 수도 줄어 든 요즘
그분에게 들키지 않은 수를 세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어 있었다.